원팩더블 3 헤리티지 31)

란의 폭주

by Kalsavina

31. 함세복



아키라는 녀석은 말 그대로 괴물 그 자체였다.

녀석에게 말려들기 싫었지만, 매번 녀석이 내게 놓는 주사 앞에서 나는 무너져 내리곤 했다. 그 약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황홀감을 선사했지만, 그 황홀감이 사라진 후에는 엄청난 피로감과 식은땀 그리고 무기력증이 몰려오곤 했다.

매번 기절할 것 같은 몸을 가까스로 끌고, 택시를 잡아타고 수연이 기다리는 오피스텔로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미친 듯이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에 인터폰을 들고 정아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대뜸 이 시간에 왜 저 계집애가 여기 오냐고 욕부터 씨부렁거렸던 거다. 결혼식 축가 문제로 수연이를 그토록 난처하게 했던 아이.

옷을 대충 챙겨 입고 문을 열어주자 정아는 대뜸 수연을 찾았다.

"수연 언니 어딨어요?"

"수연이? 지금 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거 아니야?"

"출근을 안 했길래 혹시 무슨 일 있나 해서 찾아온 거예요. 안 그래도 지난번에 난데없이 형사한테 취조받은 후로 충격받은 거 같아서 걱정도 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무슨 소리야?"

정아가 돌아간 후, 나는 차오르는 울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물컵을 내던져 또다시 박살을 내고 말았다.

형사라니, 수연이에게 형사가 왔었다니.

게다가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 사람이, 누구라고? 송선우?

대체 일이 어디까지 꼬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 댓가 없이 알리바이를 만들어 줄 턱이 없지 않은가.

닥터 송이 수연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어쩌면 몸을 요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칠 듯한 분노로 타오르던 어느 순간, 수연의 우는 얼굴이 떠올랐다.

아키에게 마약을 맞고 새벽녘에 들어온 어느 날, 억지로 화장실에 가려고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을 때 내가 본 그 얼굴이 떠올랐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

"엄마......."

나직한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울던 수연을 왜 이렇게 늦게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그날 밤 수연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러다가 영영 그애를 잃는 것은 아닌지.

더 이상 아키에게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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