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3 헤리티지 35)

란의 폭주

by Kalsavina

35. 박영민



경찰이 강태석의 시신을 찾아냈다.

아직은 여전히 수사 단계였지만, 그들의 수사망은 결국 세복이와 수연에게로 좁혀져 들어올 것이 뻔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연이다.

그날 강태석에게 세복이가 갔던 증거는, 권총을 제외하면 어디에도 없다. 그 권총을 갖고 있는 건 세복이나 수연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강태석이 수연과 함께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정황과 증거들이 너무나 많았다. 선우 형이 만들어 준 알리바이가 아직은 유효했던 덕에 수연이 정면으로 타겟이 되어 수사를 받는 상황은 피하고 있었지만, 언제 어떤 식으로 이 알리바이가 조작된 것이 들통날지 알 수 없었다.

강태석의 시신을 들킨 이상, 이제는 싫든 좋든 아키가 보내 온 동영상을 열어볼 차례였다. 김재경의 신원을 알아내는 데 골몰했던 머릿속을 잠시 정리하고, 수연을 납치해갔던 아키가 보낸 동영상을 열었다.

동영상은 두 개였다.

하나는 파일명이 '세복이 누나'로 되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수연이 누나'로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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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번째 파일부터 열어 보기로 했다.

파일을 열자 그 특유의 능글능글한, 그러나 여자들을 홀리는 매력으로 넘치는 아키의 섹시한 얼굴이 보였다. 잠시 후, 녀석이 입을 열었다.



-경찰 여러분,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고백할 게 있습니다. 강태석 말인데요. 제가 죽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누나를 납치해 갔더라고요. 그래서 쫓아가서 총으로 쏴 죽였습니다. 시신요? 용역들 시켜 처리했죠. 그러니까 잡아가려면, 절 잡아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누구냐고요? 아키라고 하면, 다들 알더라고요. 그럼 이만.


녀석은 화면을 향해 윙크를 해 보였다.

그 동영상은 거기서 끝났다.

그래서 다음 동영상이 담긴 두 번째 파일을 열었다.

역시 아키였다. 다만, 아까와는 달리 약간 애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수연 누나. 나 사실, 누나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누나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옛날에 알고 지내던 어떤 누나랑 너무 똑같이 닮았거든요. 그 누나 참 착한 누나였어요. 날 남동생처럼 대해준 사람이었는데. 혹시 누나,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자매 없어요? 혹시나 해서 일러주는 건데, 울산의 H지구의 클럽 일대를 돌면서 노래하던 김유영이라는 여자 한번 찾아볼래요?


두 파일을 다 보고 난 후, 거의 한 시간 동안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설명할 길이 없다.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다. 전혀 없다.

아키가 원했던 게 무엇인지, 그제서야 깨닫고 만 것이다. 수연이 그토록 빨리 간파했던 것을, 나는 어리석게도 이렇게 늦게 간파했다. 아무리 치밀하기로는 따를 자가 없는 나라고는 하지만, 여자의 직감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아키는 함세복에게 미쳐 있었다.

아마도 이 동영상 파일을 내게 보낸 걸로 봐서는, 아키 녀석은 세복이에게는 자신이 강태석에 관해 알고 있음을 전혀 알리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수연 또한, 그 일에 관해서는 세복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세복이는 왜 밤마다 아키를 찾아가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약점이 잡혀 있기에 그 사랑하는 수연을 내버려둬 가면서까지 그 자식과 어울린단 말인가.

더 이상 아키가 어떤 이유로든 세복이를 갖고 노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수연을 불러다놓고 당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만일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세복이를 부탁한다는 당부 말이다.

김재경을 찾아내 죽이고 아키까지 죽이면, 형량이 꽤 클 터였다. 물론 내가 아는 인맥을 다 동원하면 감형은 되겠지만, 얼마나 긴 세월을 감옥에서 썩게 될지는 나로서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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