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4 리믹스 23)

최종편

by Kalsavina

23. 유수연



다시 오복이를 타고, 사랑하는 세복이의 허리를 안고 오산에서 수원으로 향하는 그 길은 내게는 마땅히 행복했어야 할 길이었다. 20년 만에 만나는 내 혈육을 만나러 가는 길이기에 더욱 그러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행복할 수 없었다.

아키를 죽인 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내가 아키의 손에 죽으러 가지 않았다면, 아키는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아키를 살려 두면, 결국 세복이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삼일에서 세복이를 죽이려는 걸 알고, 세복이를 지키기 위해 아키가 삼일에 재가입한 거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게 바로 아키의 결정적인 실수이자 잘못이었다. 설령 세복이가 상속권을 포기한다 해도, 중해방 보스 박영민의 측근인 전투복을 삼일에서 언제까지나 두고 보고 있을 리 없었다.

사실은, 아키가 세복이를 사랑하는 게 싫었던 거다.

감히 그 따위 애송이가, 그애를 사랑하는 게 싫었던 거다.

페이 바 클럽은 건재했다.

용태와 정아가 나를 보자 소리를 질렀지만, 내가 온 걸 일단은 말하지 말아달라고 그들에게 부탁했다. 3년 만에 나를 본 내 옛 동료이자 상사인 조매니저는 나를 보자 나를 붙들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선뜻 내게 유영에 대한 얘기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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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라이브 연주가 시작되면서, 무대 위에 앉은 유영의 모습의 보였다. 진짜 영, 아키가 죽기 전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진짜 영이었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다만 곱슬곱슬하게 파마를 한 머리가 나보다 훨씬 짧을 뿐인 그 발랄해 보이는 느낌의 영을 본 순간, 나는 그녀가 지연이라는 걸 알았다.

왜 그녀의 이름이 유영인지 알고 있었다.

우리가 수호명을 받은 것은 아주 어릴 때였지만, 지연이는 죽기 전까지, 아니 교통사고가 나던 그 날까지 자신의 수호명인 란이 싫다고 징징거렸다. 그녀는 내 수호명인 영을 탐냈고, 틈만 나면 자신이 란이 아니라 영이 되겠다고, 내가 유영이 되면 안 되느냐고 울어댔다.

결국 그녀는, 모든 걸 잃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나서야 그 이름을 얻었다.

유영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도 아는 곡이었다.

내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였을까, 노래를 부르던 유영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쏠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노래를 멈추지는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보다 좀 더 톤이 높고 풍성했다. 또한, 아무나 흉내내기 힘든 독특한 음색을 가졌다. 정아만큼 성량이 힘차지는 않았지만, 어떤 류의 곡이라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새 나는, 그녀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나직하게, 하지만 모두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눈물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키가 떠오른 순간, 마지막까지 아키가 부르던 그 영이 생각난 순간,

내 안에서 솟아났던 용기의 불꽃이 갑자기 꺼지고 말았다.

영이 노래를 마치기가 무섭게 나는 휙 돌아서서 홀을 나갔다. 세복이가 나를 쫓아왔지만 그애가 안중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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