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4 리믹스 27)

최종편

by Kalsavina

27. 유수연



아키가 더럽혀놓은 네 몸. 내가 나를 버리게 만들었던, 아키가 내놓은 그 키스 마크들.

속이 다 후련했다.

언제고 한 번은 그 말을 뱉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세복이의 눈이 뒤집혔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 어슴푸레한 불빛에 비친 그애의 눈빛이 말할 수 없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그애는 소파에서 나를 끌어내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는, 무서운 힘으로 나를 미친 듯이 바닥에 찍어누르며 내 어깨를 잡고 흔들어댔다. 내 몸을 산산조각낼 기세였다.

"이거 놔!"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 말해! 아니라고 말해! 그거, 진심으로 한 말 아니라고 말해!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 따위로 말을 해!"

남자들 서넛을 우습게 상대하던 그애의 악력을 내가 당해낼 길은 없었다. 온몸을 비틀며 나는 저항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양미간에 아찔한 통증이 몰려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나는,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았다. 코피가 난 것이다.

아키 때문에 영을 만나지 못하는 괴로움으로 매일 밤 잠을 설쳤다. 세복이를 다시 안지 못하게 된 현실에 치를 떨었다. 몸이 쇠약해지는 걸 알면서도, 신경쇠약 직전까지 갈 정도로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을 상대로 줄기차게 싸워댔다.

이제 몸이 버텨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어 저항을 포기한 순간, 세복이는 옆으로 돌린 내 얼굴에 손을 갖다댔다.

그 손을 잡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가 흘린 코피가 세복이의 손에 묻었다. 그 코피가, 그 애의 이성을 제자리로 되돌려놓았다.

그애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겼지만, 이겼다고 좋아할 싸움이 아니었다.

나 또한 울어야 했다.

그 눈물을 감추기 위해, 어둠 속에서 나는 깔깔 웃었다.

하지만 결국, 웃음 소리가 울음 소리로 바뀌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오열하는 나를 내버려둔 채, 세복이는 일어서서 잠갔던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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