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4 리믹스 28)

최종편

by Kalsavina

28. 박영민



진짜로 동네 창피해서 못 살겠다.

다른 데도 아닌 페이 바 클럽에서, 조폭 마누라가, 출소한 지 몇 달도 안 된 여죄수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동네에 번져나갔다. 그것도 찌라시 일간지에 버젓이 기사화되어 실린 형태로.

더 기가 막힌 건, 용태와 정아의 부축을 받으며 창고에서 나오는 수연의 엉망진창이 된 몰골이 사진으로 찍혀 적나라하게 실린 것이다. 긴 머리카락에 얼굴이 반 넘게 가려져 그녀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만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중해방 조직원들이 보고한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두 사람이 창고로 들어가는 걸, 아니 세복이가 수연을 창고로 끌고 들어가는 걸제일 먼저 목격한 사람이 하필이면 일간지 기자였다. 그러니까, 어떻게 그런 말을 내게 하냐고 소리소리 질러대는 세복이와 이거 놓으라고 비명을 지르는 수연의 목소리를 들은 중해방 조직원들이 창고 앞으로 뛰어온 건 그 다음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수연이 세복이 녀석에게 폭행을 당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잠가 놓은 문 때문에 섣불리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던 녀석들 사이에 일간지 기자가 섞여 있었던 걸 알아챈 녀석은 아무도 없었던 거다. 세복이 녀석이 나온 후 창고로 뛰어들어가 수연을 확인한 용태가 내게 한숨을 쉬며 보고해 왔다.

"진짜로, 보스. 수연이 누나가, 일어서질 못하더라고요. 코피까지 흘려서, 온 옷이며 바닥이 피범벅이었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코피가 난 건 폭행 때문은 아니었다.

용태와 정아가 수연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녀는 일어나지 못했다. 내가 그만큼 수연의 건강을 걱정해 그녀에게 난폭하고 자극적인 행동을 자제하라고 말렸건만, 내 말을 어디로 흘려 쳐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분노조절장애와 편집증을 치료합답시고 병원에 쳐들인 돈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참지 못하고, 나는 세복이를 당장 내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그 녀석의 앞에 그 찌라시를 내동댕이쳤다.

"함세복. 아니 전투복. 너 진짜 왜 이래? 이게 뭐야? 진짜, 네가 아무리 걔를 못 안아서 정신을 못 차렸어도 그렇지. 모텔에 갈 돈이 없어서 그랬어? 하고많은 장소 다 놔두고 그 창고에서 그러고 싶었냐고!"

"......."

"눈이 달려 있으면 읽어 봐라. 뇌가 들어 있으면 사태 파악 좀 하고."

일간지를 집어 든 세복이 녀석은 피식 웃고는, 기사를 주의 깊게 읽었다. 그리고는 다음 장을 넘겼다. 다음 장에 실린 수연의 사진을 본 순간, 녀석의 입에서도 아 하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좋냐? 걔 그 꼴로 만들어놓은 거 온 동네 자랑하게 되어서 좋냐고."

"잘못했어."

"그래도 꼴에 잘못했다는 말을 할 정도의 양심은 있고?"

"사진까지 실릴 줄은 몰랐네. "

"너 때문에, 걔 이제 시집 다 갔어. 이제 어떡할 거야?"

맹세코, 웃기려고 한 말은 아닌데, 그 말을 들은 녀석이 피식 웃었다. 그 순간, 수연이 송선우와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세복이 녀석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수연이 예정보다 일찍 출소하게 된 것은, 순전히 선우 형 덕분이었다. 그의 집안이 자랑하는 막강 파워 인맥이 가석방위원회에도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연이 출소하기 전부터, 선우 형은 수연에게 제발 혼인신고 좀 해 달라고 애걸복걸을 했다.

수연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니었다.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

국내 굴지의 재벌 기업의 데릴사위가 될 처지에 놓였는데, 일단 그렇게 되면 말이 좋아 데릴사위지 재벌 기업의 종이 되는 그 현실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느 여자하고든 혼인신고를 해야 할 판이었다. 수연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형량을 줄여준 선우 형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한 수순을 거쳐서, 유수연은 졸지에 의사 사모님이 되고 말았다.

사실은, 수연의 커피숍도 선우 형이 상당한 비용을 부담했던 터였다. 그러나 수연도 나도, 선우 형에게 제발 혼인신고만은 세복이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해 달라고 애걸복걸하며 싹싹 빌어야 했다. 만약 그 사실이 녀석의 귀에 들어갔다가 벌어질 사태에 대해서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다행히, 이 일간지는 단지 여죄수라고만 적어 놓았다. 선정적이기 짝이 없었지만, 오히려 그 선정적인 단어가 진짜 숨겨야 할 진실을 숨겨줬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이었다.

어찌됐건, 내 말을 들은 녀석은 피식 웃고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일간지를 집어들고 거기에 실린 사진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일간지를 집어던지며 말했다.

"책임져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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