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4 리믹스 29)

최종편

by Kalsavina

29. 유수연




용태와 정아 말고도, 나를 병원에 데려간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었다. 다름아닌 내 쌍둥이 언니, 유영이었다. 병원으로 나를 옮기면서 그녀는 이미 코피가 멎은 내 코 끝을 연신 손으로 닦았다.

"무슨 사랑 싸움을 이렇게 험하게 했노?"

영은 나와 세복이 사이의 일을 다 알고 있었다. 박영민 말고도, 정아를 비롯한 중해방 조직원들이 영에게 우리의 에피소드를 얼마나 신나게 읊어댔는지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병원에서 영은 내내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오래 전 일란성 쌍둥이였던 자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 자매의 수호명에 대해서도. 그리고 엄마 아빠와 따로 떨어져 자란 유지연이 동생 유수연을 얼마나 부러워하고 미워했는지도 들려 주었다.

"그라모, 왜 내가 내 본명도 아니고 수호명도 아닌 네 수호명을 기억하고 있었던 건데? 내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야."

"그 이름을 너무 갖고 싶어했었어."

"내가?"

"응, 네 수호명은 싫다고, 내 수호명이 예쁘다고, 성하고 붙여 부르면 너무 예쁜데 왜 내가 가지면 안 되냐고 엄청 울었었거든."

"아아, 그래서 내가 다른 기억은 다 잃었어도, 그 이름만은 기억하고 있었구나."

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부 지방에서 자란 그녀의 사투리가 너무나 정겨워서, 그녀를 꼭 안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아키 말인데."

"그 얘긴 안 해도 된다. 박영민한테 다 들었다."

"아니야. 하나는 얘기해야 돼. 아키가, 그러니까 재경이가, 죽기 전에 그러더라. 내가 너 다시 만나면, 자기가 너 많이 보고 싶어했다고 전해달라고."

그 말을 들은 영은,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나와는 다른, 너무나 따뜻하고 인간적인 아이였다.

이런 아이를 사랑했다면, 세복이는 그토록 괴로워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덩달아 괴로워졌다. 아무래도, 영에게 용서를 빌어야 했다. 나는 내 양손을 감싸고 있던 영의 손을 비틀어 뺀 후, 내 손으로 영의 손을 싸 쥐었다.

"내가 잘못했어. 나, 아키를 죽이기는 싫었지만, 걔가 세복이한테 마약을 써서, 싫어도 걔를 죽여야 했어. 알아서 죽으라고 하니까 죽더라. 나, 원망하고 싶으면 해도 되고, 화내고 싶으면 화내도 되고, 머리끄댕이 쥐어뜯고 싶으면 쥐어뜯어도 아무 말 안할게."

"시끄럽다 가시나야!"

영이 목을 놓아 울었다.

"갸가 얼마나 착한 아(아이)였는데, 내보고 누나 누나 하면서 을매나 다정하게 굴던 아였는데, 내가 우리 의남매 하자 하니까 이제 나도 누나 생겼다고 하면서 을매나 좋아했었는데, 그런 아를, 죽게 내버려 뒀노. 아무리 그래도, 좀 타일러서, 잘 달래서, 새 사람 만들면, 바로 잡아주면 안 되는 거랬나?"

"미안해! 진짜 잘못했어!"

"치아라(치워라)!"

영은 내 손을 홱 뿌리치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제서야, 가슴 속에 맺혀있던 울음을 속시원히 꺼낼 수 있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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