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4 리믹스 26)

최종편

by Kalsavina

26. 함세복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질문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수연을 추궁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그 애를 몰아붙이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다만, 야속했다.

할 수만 있다면, 지난 2년 동안 내 엉망진창이 된 가슴 속을 다 뒤집어 꺼내서 보여주고 싶었다.

창문으로 비쳐드는 빛이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는 수연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무심해 보이는, 너무나도 침착해 보이는 그 표정이 나를 화나게 했다. 아키와 대면했을 때도, 그녀는 이처럼 침착한 표정으로 죽음을 구걸했을까.

"너 어떻게 날 두고 죽을 생각을 했어? 어떻게 나를? 왜 나를?"

결국 내 입에서 그 말이 나왔을 때, 수연이 미소를 지었다. 칼처럼 내 가슴을 찌르는 미소였다.

"넌, 왜 그랬는데."

"......."

"넌, 왜 내가 아키를 죽이러 가도록 만들었는데."

"......."

"넌, 왜 내가 아키 손에 죽고 싶도록 만들었는데."

"......."

"너는 왜 나를 두고, 마약 따위를 해서, 살고자 하는 내 의지를 모두 빼앗았는데."

"잘못했어."

그래, 내가 잘못했다.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건 내가 잘못했단 말이다. 무릎이라도 꿇고 빌 수 있으면 빌 작정이었다.

"내가 잘못했다고."

"넌......."

수연의 목소리가 떨려 왔다.

"넌 대체, 왜 내가 널 사랑하게 만든 건데?"

"잘못했다고!"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내가 잘못했어! 전부 다! 그러니까. 해 달라는 거 다 해 줄 테니까. 우리, 다시 시작하자."

"싫어."

"싫어?"

"넌 박영민의 부인이야. 그러니까. 난 이제 다시 안 돌아가. 아니 못 돌아가. 이제 는, 난 너의 나비 따위는 될 수 없어. 중해방 조직원들 앞에서 의자를 다섯 개 아니라 열 개를 때려부쉈다고 해도 안 돼. 내 나비 내놓으라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고 해도 이젠 안 돼. "

"야! 유수연!"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지난 일 년간, 병원에서 애써 치료한 분노조절장애와 편집증 치료 따위는 내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벽 한 켠에, 커버가 다 뜯어진 낡고 긴 의자가 있었다. 내가 생각해도 무서울 정도로 난폭하게, 있는 힘을 다해 수연을 끌고 가서 버둥거리는 그녀를 그 의자에 눕혔다.

"진심이야? 그거?"

"......."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

"......."

"아니라고 말하라고!"

나는 그녀의 얇은 블라우스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단추가 뜯겨 나갔다.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뽀얀 빛깔로 내 눈에 드러난 그녀의 쇄골이 눈에 들어왔다.

그 쇄골 아래 내 입술을 갖다 댔다.

즐길 겨를은 없었다. 맹세코, 즐기려던 게 아니었다. 어떻게든 수연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수연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 비수가 되어 내 머리에 꽂혔다.

"아키가 더럽혀놓은 네 몸, 이제 싫어. 싫다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좀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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