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
52. 유수연
"그 아이를 함씨 집안의 상속자로 만들려고, 삼일의 보스를 시켜 녀석의 애비와 동생까지 죽여가며 그 아이한테 지극정성을 들였는데, 이젠 다 끝났어. 나에게는 희망이 없어."
그는 조심스럽게 루거 권총을 내게 내밀었다.
떨고 싶지 않았지만, 그 권총을 받아드는 내 손이 떨렸다.
"용케도 이걸 다시 가져오셨네요. 경찰이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물론 경찰이 가지고 있었지. 단지 그 경찰이 내 절친한 친구였을 뿐이야."
"장형사님이요?"
"응. 아가씨를 해치는 건 필사적으로 막았지만, 그 권총만은 넘기라는 내 요구를 묵살하진 못했지."
"잘 이해가 안 되네요."
"말하자면 장형사는, 중해방과도 삼일과도 척을 지기를 원하지 않아. 그 사람한테도 과년한 딸이 있거든. 어느 쪽이든 조폭의 비위를 거스르면 곤란하지."
"그렇군요. 조금은 알 것 같네요."
"이 세계는 그런 거야. 어쨌든, 그 권총 돌려줄 테니, 이제 그걸로 내 목숨을 끊어 주는 게 어때?"
"못하겠다면요?"
"그때는 아가씨를 죽일 수 밖에."
결국 그게 목적이었다.
나를 죽이기에 앞서, 그는 나를 시험해 볼 요량이었다. 바로 아키의 앞에 서서, 감히 총구를 내 앞으로 돌려놓고 쏘아 달라고 부탁했던 나의 그 담대함의 정체가 궁금했던 것이다.
주사바늘로 엉망이 된 세복이의 팔이 떠올랐다.
내가 상상했던 세복이와 아키의 정사 장면을 떠올렸다.
그 두 가지가, 아키에게 기꺼이 죽음을 구걸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제는 살고 싶었다.
쌍둥이 언니를 찾고, 남동생을 찾고 세복이까지 내게 돌아온 이제 와서, 내가 죽어야 한다는 게 너무 억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쏠 수는 없었다.
언제나 그랬다.
나는 내 발 아래로 스치는 저 낭떠러지 아래로 언제든지 몸을 내던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내 쟈켓 안주머니에 유서가 있어. 내가 죽고 나서, 그 유서를 읽으면 내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차진호, 아니 김현섭은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약 7,8 미터 가량 떨어진 곳으로 걸어간 후, 나를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자신의 권총을 꺼내 겨누었다.
"자, 어느 쪽이든 빨리 쏘는 쪽이 살게 되겠지. 얼른 나를 쏴."
나는 침착하게 나를 겨눈 총구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를 향해 안전장치가 풀리지 않은 총을 겨누었다.
일부러 안전장치를 풀지 않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그가 나를 쏘기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