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팩더블 4 리믹스 54)

최종편

by Kalsavina

54. 유수연



눈을 떴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눈을 부릅뜬 차진호의 모습이었다.

잠시 후, 그는 눈을 부릅뜬 그 자세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가 꼬꾸라지면서 그의 등 뒤에 서 있던 세복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전된 사람처럼, 나는 영민이의 루거 권총을 든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결국, 세복이와 아키와 경찰과 아키의 외삼촌을 거쳐 내게 돌아오고 만, 박영민의 권총이었다.

그렇게 세복이는, 나를 살리기 위해 또 한 사람을 죽이고 말았다.

그 사실은, 이제 내가 절대로 함세복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내 잔혹한 운명의 굴레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녀를 두고 죽으려 했던 댓가가 이토록 혹독할 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내 앞에 잠시 되돌아왔던 그 순간의 참혹한 절망을 떠올렸다.

아키를 죽이지 않는 한, 절대로 세복이가 아키의 손에서 놓여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참혹한 절망 말이다.

세복이를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박영민은 내게서 세복이를 빼앗지 못했지만, 아키는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 방식대로 아키를 죽였다.

처음부터 아키가 자살할 계획이 아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온몸을 던져 죽음 앞으로 뛰어드는 순간, 누군가는 내 대신 죽어나가는 이 참혹한 현실 앞에서, 이제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총을 들고 있던 팔이 아파왔다.

나는 총을 든 팔을 내리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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