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복사하는 주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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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기억을 복사하는 주사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주사위가 처음 강윤의 손에 들어왔을 때는 그는 주사위의 기능에 대해 알지 못했다. 설령 알게 되었다 해도 현실이 허용하는 상식 밖의 일이었으니 그 주사위의 기능을 그가 믿었을 리도 만무했다. 어쩌면 버리거나 자신도 모르게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그 주사위를 그는 용케도 잃어버리지 않고 호주머니 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간직했다. 그 이유는 순전히 주사위가 든 옷을 그가 한 달 이상 세탁하지 않고 침대 밑에 팽개쳐 둔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가 주사위의 기능, 즉 기억 복사 기능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강윤으로부터 주사위를 받은 민효가 그 기능을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문제의 주사위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몇 가지 말썽을 일으키지만 그것이 갖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과 그에 따른 파급 효과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고 파장이 적은 말썽들이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주사위를 가지고 다녔던 손들의 주인이 다행스럽게도 모두 선량한 사람들이었다는 데 일차적인 순위가 있다. 그 다음으로는 그 주사위의 기능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적었다는 것이 이차 순위라고 하겠다. 사실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기억을 복사하는 주사위란 그야말로 허무맹랑하기 이를 데 없는 것, 따라서 당연히 믿을까 말까하고 일 분 일초라도 고뇌할 가치조차 없는 문제인 것이다. 설령 고도로 발전된 과학 기술을 빌어 기억을 복사하는 주사위가 발명되었다는 사실을 믿는다 해도, ‘기억을 복사해서 팔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라는 질문 이상의 반응을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기대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이다. 주사위의 여왕 다 나이디(Da Naidy)가 소멸하면서 주사위 역시 그 힘을 잃게 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비록 의미없이 떠들썩했던 분규에 지나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것은 그들, 즉 주사위의 기능을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기억이었다. 먼 훗날 그것은 그들의 인생에 걸쳐 가장 소중했던 시기에 열렸던 즐거운 파티와도 같은 그런 추억이 될 터였다. 설령 강윤의 말대로 그것이 부질없는 일들이었다 할지라도 어쨌든 일어났던 사건들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