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Ⅱ-1

기억을 복사하는 주사위

by Kalsav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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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기억을 복사하는 주사위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미 1부, 그러니까 첫 번째 이야기에서 기억을 복사하는 주사위가 강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경위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 어쩌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알고 보면 하잘것없는 소소한 사건들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하느라 정작 주사위 자체에 대해서는 깊이, 그리고 밀도있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하며, 또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가를 가늠하는 판단 기준은 모든 사람들이 틀리다. 어떤 사람들은 도대체 그 주사위가 어떤 과학적 원리에 의해 인간의 기억을 복사하는가에 관해 혈안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그 주사위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강윤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사람들의 손을 거쳤는지, 또 무슨 힘을 발휘했는지를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주사위가 기억을 복사한다는 사실의 진실성 여부를 의심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주사위가 가진 막대한 영향력과 그로 인해 벌어들일 수 있는 엄청난 수입에 침을 흘릴지도 모른다. 그리고......가장 마지막이라고 할 만한 부류의 사람들은, 현재 주사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즉 강인, 민효, 강윤의 복잡한 치정관계(치정관계라고 말하면 본인들은 상당히 불쾌해할지 모르지만)에 더 관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가능하면 이 마지막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만이 이 길고 지루한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 주기를 바라지만, 굳이 바랄 필요도 없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적어도 현재 주사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 즉 민효 주위에서는 그 주사위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까. 도대체 그 ‘빌어먹을’ 주사위가 K클럽에서 일어났던 소소한 사건들이며, 민효와 강인의 싸움이며, 강윤의 발작이며, 유경과 강인의 육체적인 거래 등등을 입소문 퍼뜨리듯 사람들 사이에 퍼뜨렸다고 치자. 그로 인해서 지구의 멸망을 앞당기기라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고로, 첫 번째나 두 번째나 세 번째나 다른 몇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실망을 하며 이 얼토당토 않은 사건들을 맹렬히 비난할지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 부류의 사람들은 적어도 최소한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아직도 중구난방으로 흩어 놓은 사건의 실타래들이 전혀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효는 임신은 고사하고 상상 임신조차 한 적이 없는데도 강인에게 임신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났다. 그런데 왜? 강인은 자신보다 진짜로는 일곱 살이 많고 가짜로는 네 살이 많은 여자에게서 어떤 음악을 얻어내기 위해서 몸으로 그 값을 치렀는데 하마터면 그 음악을 잃을 뻔했다. 그런데 왜? 자신의 기타를 부수고 집을 나가 따로 살던 강윤은 민효를 잊지 못하고 그녀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묵인하며 받아들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도 인색하다. 그러는 한편으로 그는 민효의 비밀을 주적절한 시기에 폭로하고 그녀가 훔친 강인의 전리품을 되돌려주었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이 경우에는 최소한 한 가지 답이 있다. 그는 민효를 병적으로 사랑한다. 그러나 다른 답도 많다. 우리는 정답일 가능성이 있는 모든 답을 찾아야 하며 동시에 오답일 가능성이 있는 모든 답조차 검토해야 한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쫓아올 사람들은 최소한 그 모든 답들을 검토할 의지를 손에서 놓지 않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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