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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Oct 01. 2016

Sylvia Plath, Mrs Oven (1/4)

실비아 플라스  나의 오븐 여사 1/4


실비아 플라스, 미세스 오븐 (1/4)

처음으로 그녀를 내게 소개한 것은 여성작가문학을 가르치던 교수님이었다. 물론 나는 교수

님과 '사적인' 친분이 없었으므로 그녀를 '사적으로 소개받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교수님께

서는 그 학기에 학생들에게 가르칠 텍스트에 대해 설명하셨을 뿐이다. 이미 죽은 지 오래인

그녀는 그렇게 실체가 없는 인물로 내게 다가왔고 그로부터 약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그

녀의 난해한 시를 공부하면서도 나는 그녀에게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만약, 그녀가 오븐에 머리를 집어넣고 자살했다는 것을 몰랐다면, '거의'가 아니라 '전혀'흥미

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학생들이 그 사실에 흥미를 느꼈고 그녀의 생애와 작품

을 거론할 때면 이 사실은 빼 놓을 수 없는 일종의 가십거리처럼 도마 위에 올라 씹히고 또

씹히는 부분이었다. 물론 직접적으로보다는 간접적으로 암시할 때가 더 많았지만 말이다. 그

리고 나는 실비아라는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었고, 단지 '오븐에 머리를 집어넣고

죽은 여자'라는 사실에 대해서만 야릇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Mr. Oven이라는 별명을 붙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독일계 미국인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여덟살인가 아홉 살인가에 아버지를 여읜 실비아는

그 나이에 벌써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죽음이 그렇게까지 충격적인 일이었는지

는 나로서는 모를 일이지만, 회저병에 걸려 다리를 절단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면 무리

도 아닐 것이라고 그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변명했다.



나로서는 그녀를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그녀는 예쁘고 영리했다. 스미스 여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케임

브리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학교라는 곳을 다니는 동안, 실비아 플라스라는 여학생은 한

번도 최우등을 놓쳐 본 적이 없는 완벽한 수재였다. 줄곧 1등 인생만 살아왔던 여자가 뭐가

아쉬워서 그 젊은 나이에 세상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버려? 그런 여자는 감싸 줄 가치가 없

다. 남편인 테드 휴즈2)와 이혼하고 양육을 떠맡았다 해서 그게 자살 사유가 될 수 있겠는

가?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머리를 오븐 속으로 들이미는 행위를 정당화시켜 줄 사유가 어디

에 있겠는가? 그러니까 나의 보잘것없는 관심의 약 구십구퍼센트는 경멸 그 자체였다.

예술가였기 때문에? 자신의 현실이 자신의 이상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고?

그렇다면 그건 제 잘난 맛에 살던 사람이 배가 부르다 보니 호강에 겨워 저지른 짓이겠지.

들리는 말에 따르면 그녀의 죽기 전 마지막 한 마디는 자기 주치의를 불러 달라는 호소였다

고 하지? 그렇다면 명줄이 그것밖에 안 되었다는 얘기지.



그러나!

처음으로 연습장에 그녀가 오븐에 머리를 들이미는 것을 끄적거리고 난 후, 비로소 처음으

로 나는 죽고 없는 그녀의 잔상을 향해 진지하게 질문한다. '왜 내가 당신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거지?' 집착이 아닌 습관처럼 말이야. 이상하기도 하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었다.

두 아이를 품에 억지로 추스르며 예이츠의 집2)으로 숨어들었던 그 해 런던의 겨울은 그토

록 혹독하게 추웠고, 난방이 부실한 집에서 빈곤과 혹한에 쩔어야 했다 해도 그녀는 죽을

자격이 없었다. 왜냐하면, 내 어머니는, 그녀를 비난하는 내 어머니는 살아있는 아버지의 보

호로부터 사실상 벗어난 지점에서 세 아이를 데리고 몇십년 동안이나 가난과 추위와 애정

결핍에 시달려야 했고, 지금도 죽지 않고 살아서 참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가난? 추위? 더위? 사람들의 냉대? 무겁기만 한 자식들의 무게? 결핍된 보호? 울화증? 내

어머니에겐 그 외에도 실비아 당신보다 참기 힘든 고통들이 더 많이 있었다. 손가락으로 꼽

으라면 열 몇 개는 더 꼽을 수 있고, 당신보다 열 몇 번은 더 참기 힘들었겠지. 그래도 살았

고 이겨냈고, 이겨내고 있지.

그러고 보니, 어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낙관적이었고,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고. 어쩌면, 어쩌면 그녀는 자살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고. 그녀가 어떻게 죽었든 간에, 나

는 내 어머니의 모습의 그녀의 모습에 겹쳐지는 것을 막지 못한다. 그래서 그 이유를 그녀

에게 물어본다. 당신의 모습이 왜 내 어머니의 모습 위에 포개어지는지?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든 어머니들은 가슴 속에 자신의

머리를 집어넣을 오븐 하나를 묻어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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