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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Oct 03. 2016

Sylvia Plath, Mrs Oven (2/4)

실비아 플라스  나의 오븐 여사 2/4



그때부터 나는 그녀를 경멸할 수 없게 되었다. 살아 있는 동안 거의 '마네킹'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한 1등쟁이 공부벌레였다는 사실을 위화감만으로 느낄 수도 없었다. 어쨌든 나는 그녀에 아는 부분보다는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이다. 언제 누구에게서나 태어나 뭘 하다가 누구와 결혼하고 누굴 낳고 어떻게 죽었느냐 하는 식의 일대기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부수물일 뿐, 그 사람 자체일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늘상 '위인전'과 '위인'을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실비아 플라스의 일대기'와 '실비아 플라스'를 혼동하는지도 모른다.

그녀에 대해서 더 많은 걸 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조금이라도 이해는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다시 펼치기 시작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때까지도 그녀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잊어

버리고 있었다. 열 사람의 증언보다 한 사람의 고백이 더 진실하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

던 셈이다.

그녀를 수업 시간에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다행이었다. 같이 공부했던 선배 및 동기

들이 그녀의 시를 번역하고 그에 대한 상세한 해석과 비평까지 달아 주었으니 말이다. 시를

싫어하는 나는 되도록 그녀의 시를 건성건성 읽어 넘기려고 노력했지만, 그녀의 시는 그런

요령을 허용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흘려 넘기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가슴을 팍팍 때리는

구절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I have done it again.

One year in every ten

I manage it―

난 다시 했지요.

십 년에 일 년

난 용케도 해내지요


Sylvia Plath -Lady Lazarus




그녀는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고 우연찮게도 세 번의 자살시도는 10년을 주기로 이루어졌

다. 그리고 세 번째는 성공했다. 누가 봐도 자기 얘기를 털어놓고 있으니, 비평가들이 그녀

를 가리켜 고백시가 어쩌고저쩌고 하고 떠든 것도 당연한 것이다.

자살 시도 따위는 자랑삼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실 그녀에게서 내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

한 이래 나는 그녀를 더 이상 경멸하지 않았고, 그녀의 죽음 뒤에 숨겨진 그녀의 고통에 대

해서도 외면하려면 얼마든지 외면할 수 있었다.

여기서 나는 다시 '그러나'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모든 결과 뒤에는 반드시 원인이란 녀석이 도사리고 있다. 어릴 때부터 그토록 죽음을 갈망

했다면, 필시 그에 상당하는 이유가 있었을 터, 그 이유들을 가능한 한 많이 끄집어내어 그

녀의 자살을 정당화시켜 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시를 읽는 동안 내 가슴을 긁어파는 삽

같기도 하고 호미 같기도 한 구절들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Herr God, Herr lucifer,

Beware.

Beware.


하느님, 악마 나리

조심하라

조심하라


Out of the ash

I rise with my red hair

And I eat men like air.


잿더미를 벗어나

나는 붉은 머리를 풀고 일어난다

그리곤 남자들을 먹어치운다. 공기처럼


Sylvia Plath -Lady Lazarus


무력하고 팔푼이같은 나도 그녀처럼, 세상을 향해 '조심하라'고 외치며, 붉은 머리를 풀고 일

어나 남자들을 먹어치우러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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