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어젯밤의 악몽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그녀>의 역을 한 수이. 눈가리개는 하얀 레이스가 아닌 플라스틱 헤어밴드다.

사실은 어젯밤에 꾼 악몽과 오늘의 사진 사이에는 그리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다. 하지만 어젯밤에 꾼 악몽의 이미지를 사진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욕망이 이런 사진을 찍도록 나를 유도한 게 아닐까 싶다.

사실은 아무리 애써봐도 설명하기 힘들다. 소리를 잃고 차갑게 떠도는 두려움의 손짓, 먹먹하고 애달픈 마음의 외침부유하며 정처없이 흐르는 안개 속의 고요한 한숨.

-그리고 이렇게 여기에서 너를 기다리는 나의 간절함.

-길을 잃고 떠돌던 빛이 내 주위로 내려앉는 그 사뿐한 밝음을 느끼는 것조차 난 어쩌면 이렇게 서투른지.

-난 이렇게도 쓸쓸하고 두려워.

-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아줄래?

두려움과 먹먹함 속에서 정처없이 떠난 길의 한가운데에서, 늘 가던 대로 찾아온 익숙한 장소에서의 이야기를 훌륭히 표현해 준 수이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번 회차의 이야기는 여기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