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공통의 관심사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정말로 단순히 쓸 거리가 없어서, 인형이야기에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은 지도 꽤 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늘 그렇듯, 쓸 거리는 언제든 불현듯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바로 오늘과 같은 밤에. 비내리는 외롭고 고독하고 우아하며 동시에 궁상맞고 칙칙하며 찐득찐득하고 눈꺼풀이 내려앉는 밤에.

케잌 한 조각을 두고 서로 다투는 모모꼬들

지금까지 내가 예상했던 바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인형을 가지고 노는 중년 여자에게 편견을 갖지 않았다. 뭐 속으로야 무슨 욕을 했을지는 모르는 바이지만, 어쨌든 겉으로는 어떠한 편견이나 불필요한 오해의 싹을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코로나 때문에 멀리 가지 못하고 마당에서 찍은 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깨달은 사실은, 인형이라는 키워드가 생각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공통의 관심사라는 것은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나는 예나 지금이나 보편적인 공감을 구걸하지 않는다는 한결같은 내 신념을 "본의 아니게" 지켜왔다. 본의가 아니라는 뜻은, 보편적인 공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말 그대로 보편적인 공감은 감정적인 호소나 일방적인 요구 즉 동냥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구차한 수단에 기대지 않고 보편적인 공감이라는 걸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소통의 수단이 공통된 관심사에 속한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뒤따른다.

뎁과 우유. 커플인듯 커플아닌 커플같은 그녀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어쨌든 인형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 "공통된 관심사"에 속하는 키워드는 아니었다는 거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냥, 그렇다는 거다.

때로는 깨닫고 나서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팩트라는 게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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