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살다보면, 싫어도 나의 초라한 모습이 어쩔 수 없이 드러나고 마는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신용카드는 한도초과로 결제가 안 되고, 직장에서의 사소한 실수로 조금은 과하다 싶은 핀잔을 듣기도 한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겨도 저 사람이 과연 나와 코드가 맞을까? 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볼품 없이 쪼그라든다.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든 간에, 내가 느끼는 자신의 초라함이라는 건 도무지 해결할 길이 없다.
그럴 때조차 인형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그렇다, 이다. 보통은 "무너져내린 자존감"이라고 간단히 표현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런 것과도 조금은 거리가 먼 어떤 느낌을 지우는 방법에 대해서이다.
내가 나빠서가 아니라, 내가 사람이기 때문에, 신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뻔하디뻔한 사실 때문에 때때로 밀려드는 한량없는 초라함. 그건 결단코 타인과의 비교에서 생겨나는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변변치 못한 그저 하찮은 존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그 수많은 취미들(대부분은 악의없는 허세가 섞이게 마련인) 가운데는 분명히 인형놀이도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초라함을 감추는 데 인형이 유용한 도구냐고 묻는다면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겠다. 질문이 틀렸다. 어쩌면 사람보다는 훨씬 유용한 "친구"일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초라함을 숨기는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하찮은 자격지심을 숨긴 채 보란 듯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우리 모두의 숙제에 있는 거니까.
그리고 단언컨대;
예쁜 인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과 같아서, 절대 초라해 보이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