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무심결에 열어본 인스타그램 프로필 페이지에서 인스타 게시물 조회수가 무려 4000개나 넘은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2016년 말부터 시작했으니 몇 년의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쌓아온 거라고는 하지만 4000개라니 도대체 뭘로 4000개를 채웠는지를 생각해보니 답은 뻔하다.
인형 사진을 올린 게시물이 족히 3000개를 넘을 터였다.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시작했던 거니까. 책 홍보나 일상의 소소함을 전하려는 용도도 분명히 있었지만, 인형이 아니었다면 이렇게나 열심히 인스타그램을 하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거의 하루에 서너 개를 기본으로 올렸고 그 중에 2, 3개는 어김없이 인형을 찍은 사진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참 많은 시간과 에너지(그리고 돈)를 커피와 인형에 허비했다는 씁쓸함이 이제 와서 뼈아프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어차피 우리는 모두 각자의 취미에 어리석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 와서 딱히 이보다 더 가치있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뭔가 거창한 것을 성취했다 해도 그에 따른 충분한 물질적 보상이 돌아왔으리라는 법은 없다. 명품 가방이나 화장품을 사지 않았고 해외여행을 다니지 않았으며 술도 담배도 피우지 않았고, 국내 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인형이나 구체관절을 제외한 인형을 대부분 중고로 구입했다. 의상의 경우 역시 중고를 사거나 저렴한 오프라인 프리마켓 찬스를 썼고 대부분은 직접 만들었다. 예컨대 리틀초 링메와 푸치브라이스 쪼꼬미가 입은 원피스는 내 작품이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들 흔히 말한다.
하지만 인형에 빠져 정신없이 보낸 세월은 무가치했을지 모르나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를 분명히 막아 주었다. 자존감이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고, 억울하게 부당하게 천대받던 삶의 한때를 지켜준 건 분명히 인형들이었다. 나 자신이 내적으로 아주 조금 더 강해졌다 한들, 이제와고 그들과 함께 했던 삶의 순간들이 누적된 4000개의 게시물을 한갓 인생낭비의 결과물이라 매도할 수 없다. 아름다운 존재가 주는 기쁨을 많은 사람들과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 인형 사진을 공유하며 시작했던 그 처음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 선명한 기쁨을 처음처럼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