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효용가치가 없어지면 사람이고 물건이고 째깍 버리는 게 현대사회의 미덕이다. 사람은 물론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물건의 경우는 확실히 그렇다. 그 외에도 오래된 추억, 오래된 애착의 대상, 오랫동안 이룩해 온 결과물 등등이 "어쩌면 폐기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없어지면, 지금의 누추한 삶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하기라도 할 듯한 착각에 사로잡혀 나는 종종 오래된 것들-특히 책과 인형-을 버리는 꿈을 꿈다.
하지만 몹시 마음을 다치거나 자존심이 상처를 입거나 기운이 빠지는 날에는 어느 새 바늘을 집어들고 인형옷울 꿰매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이를 넷이나 태우고 다닌 맥클라렌 유모차처럼, 당연히 버려야 함에도 내 마음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너무나 큰 나머지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처음 만든 책의 샘플. 처음으로 들인 구체관절 인형 소다. 처음으로 만든 코바늘 뜨개가방, 사소한 습관과 오래된 취미도 사실은 내버려야 할 것들인지도 모르지만, 이런 것들을 버린다고 해서 삶이 얼마나 획기적으로 달라질지는 의문이다.
어떤 것들은 버리고 나면 속이 후련하겠지만, 사실은 구질구질해도 정 때문에 내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훨씬 많다. 그런 것들을 애써 내버리지 않고도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방법은 어떻게든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사람은 내버리지 않는다. 진짜 쓰레기같은 인간이 아닌 사람을 효용가치만으로 판단하고 대하지 않는다. 착한 인간이 되라고? 아니, 내가 받고자 하는 대접 그대로 타인을 대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