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면, 가끔은 후회가 될 때가 더러 있다. 조금은 더 유익하고 보람있고 현실적인 일에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쏟아부었어야 했다는 후회 말이다.
그건 어쩌면, 자신과의 전투를 치열하게 치러내지 못했다는 후회일 수도 있고, 조금은 살벌한 현실에서 물러나기 위한 방편으로 인형을 선택했다는 일종의 자책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외면해가면서까지 현실에 몰두하는 냉혹한 시간을 보냈다면, 그게 과연 진정한 나로서의 삶을 산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인형과 함께했던 지난날들을 후회하며 부정한다는 건, 결국 그 시간을 인형에 의지해 이겨냈던 나 자신마저 부정하게 되는 꼴이다.
외롭고 힘들고 지칠 때, 빈약한 감각에 의지해 서툰 손놀림으로 예쁜 것을 만들며 우울증을 이겨내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람이다. 코바늘뜨기를 배우고 인형옷을 만들면서 그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내 손에서 인형을 떠나보내는 순간 나는 내가 아니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물러서서 양보하는 순간 진정한 나 자신을 잃는다는 걸 깨닫는 바로 그 지점이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은 결국 다른 그 어떤 것도 아닌 "아름다움을 향한 끝없는 꿈"이다. 그 채울 길 없는 꿈을 붙들어주는 현실 속의 유일한 수단이 다름아닌 인형인 이상, 나를 나답게 해주는 다른 그 어떤 것도 인형을 빼놓고서는 말할 수 없다. 결국 그 무엇보다도 내게 있어 나를 나답게 해 주는 가장 확실한 것은 인형과 함께하는 내 인생의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