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오늘의 이야기는 시작보다 결말부터 우선 일러두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결코 야심차지 않게 소박하게 계획했던 짧은 출사 여행은 급한 전화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따뜻한 남쪽 나라의 크리스마스 바다를 코앞에 두고 돌아서는 그 허무한 심정이라니.
시작도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한번도 출사 여행에 데려가지 못한 릴로를 데려가려 했으나 이동 수단이 여의치 않았다.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릴 염려로부터 안전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벌꿀색 머리카락을 가진 14HB 모모꼬 꿀벌을 여행의 동반자로 데려왔다.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간편해서, 힘들지 않게 어디서든 내키는 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도 썩 나쁘지 않게 찍혔다. 모모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겨울옷이 없어서, 얇은 옷을 걸쳐입힌 것이 못내 미안했을 뿐이다.
그렇게 찍은 대부분의 사진이 기가 막히게도 동네 출사와 거의 다름없는 커피숍이 배경이라니 이보다 더 허무할 데가 어디 있는가.
이유는 처음에 언급한 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유턴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양일간을 나는 길바닥에서 헤매다가 끝내 버렸다.
먼발치에서 잠시 응시한 겨울바다만큼 쓸쓸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삶을 이어갈 약간의 동력을 얻었다는 점에서는 어느 때보다 위안이 된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내가 힘이 되어 주어야 할 사람들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리고 물론, 집에 돌아가면, 내가 집을 나설 때 데려가지 못했던 릴로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 돌프리마켓에서 사준 따뜻하고 하얀 스웨터를 입고.
그리고 한 가지 더.
대부분의 일들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인생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숨 쉬며 푸념하며 좌절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 예측한 대로 만사가 흘러가지 않는다는 건, 때로는 인생이 전혀 예상치 못한 길로 접어드는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치 예기치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