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마음이 피를 흘릴 때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벌써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알레포 공습으로 부모를 잃은 한 아기의 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통통한 볼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울듯 말듯한 표정, 꼼지락거리는 고사리 같은 손가락.

며칠째 나는 울고 있다.

가끔 이렇게, 뜻하지 않은 지점에서 내 안에 내재되어 있던 가장 날카로운 고통과 마주치곤 한다.

비교적 어렸던 시절에 느꼈던 감정들을 세세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자신있게 잘라 말할 수 있다. 저렇게 어린 아이들이 철없거나 단순하지 않다는 것, 때로는 어른들보다 몇 배 더한 인내와 용기로 세상에 맞선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포를 압도하는 두려움과 절망과 외로움과 공허를 저 작은 아이가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나는 혼란스럽다.


사실 누군가가 죽었다는 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비극이 아니다. 살아난 사람은 다만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에는, 혼자 살아남은 것이 어쩌면 죽음보다 더한 비극이 된다. 그건 살았다고 해서 안도할 수 있는 삶이 아니라, 살면서 겪어야 할 모든 고통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라보며 눈물 흘린 작은 아이가 살아줘서 나는 고맙다. 그 아이가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불운이 이 폭격으로 끝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안전한 곳으로 옮겨져서 무사히, 건강하게, 외롭지 않게 자라나기를.

이 고달픈 현실에서, 인형이 사치스런 취미라고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은 없다. 다만 모두가 제각기 자기 방식대로 살면 되는 거다.

하지만 내가 놓여 있는 이 장소에서, 평화를 가장한 공허와 고독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좀처럼 남은 생을 이어갈 에너지를 찾지 못한다.

마음이 피를 너무 흘려서 빈혈이 오는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이렇게 무기력한 시간에도 내 곁을 지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라는 사실 앞에서 나는 전율한다. 사람은 결국 인형만큼도 타인의 고통을 치유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비참한 자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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