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몽환적인 동화를 찾아서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나이가 들어도 놓지 못하는 몇 가지 로망이 있다. 이를테면 마흔살의 커피숍,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 그리고 정말 갖고 싶은 몇 가지 책과 인형. 기타 등등.

당연히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세 번째 로망 그 중에서도 인형에 관해서이다. 당연하다. 인형이야기니까. 훗.

내가 가진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꼬맹이 스타일보다는 지극히 화려하고 현실적인 아이들이다. 관절바디를 가진 아이들의 특성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어린 시절에 그렸던 서투른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수채화같은 꿈 속에 나올 법한 동화적인 땅꼬마 소녀를 떠올리게 하는,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꼬맹이를 가지고 싶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새침한 표정 혹은 장난기 어린 표정을 가진.

때로는 피와 살을 가진 삼차원적인 리얼리티보다 2차원적인 동화 속 일러스트의 다정다감한 섬세함이 절실하게 아쉽다.

다행히 그 부드러운 미소로 열일을 해내는 가을이는 무리없이 이런 컨츄리한 느낌의 시골소녀를 연출해낸다.

꿈속에서 만날 듯한 따스한 동화들, 부드러운 감성들을 그리워하면서 정작 깨닫는 건 지칠대로 지쳐서 사람을 사랑할 여력도 없이 피폐해진 자신의 내면이기는 하지만.

파스텔톤의 동화책 속 삽화에 나올 법한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새 친구를 들이게 될 날을 꿈꾸며 오늘도 부질없이 나는 오지 않을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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