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인형계에 전해져 오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소위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인데, 인형에 싫증이 나서 인형놀이를 접을 수는 있어도 결국 인형의 세계를 영원히 떠나지는 못해서,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는 뜻이다. 써 놓고 보니 무려 100회를 맞이하는 오늘, 인형이야기 100회분에 딱 어울리는 제목과 주제를 찾았구나 싶다.

다이소에서 파는 팔토시로 만든 가을이의 원피스. 딱 어울린다

지난날 의미없이 시간을 낭비한 건 아닌지, 좀더 현실적인 일에 매진해야 했던 건 아닌지라는 자책감에 다소 인형을 멀리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대신 다른 일(이를테면 뜨개질)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자괴감의 뿌리는 제법 깊었다.

실크의 원피스 뒤로 보이는 건 코바늘로 뜬 탭 이동용 가방
뎁의 바지와 실크의 원피스를 만들었다. 단에 하얀 레이스를 단 원피스는 실크에게 찰떡같이 어울린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해지고, 코로나 경보단계가 1단계로 내려가고, 모처럼 옷을 만들어 입힌 언니들을 커피숍으로 서점으로 공원으로 데리고 나오면서 우울증은 덜해지고 다시금 인형에 미약하게나마 애정을 쏟기 시작했다.

백만년만에 커피숍으로 나들이나온 보미와 뎁

기분이 끝없이 침체의 늪으로 빠질 때면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게 상대와 나 양쪽으로 서로 좋다고 생각해서 딱히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게 올해는 거의 장거리 외출을 하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충실하게 준수한 셈이다)

그리고 오늘, 모처럼 마음먹고 가을을 만끽하러 낙엽출사에 나서고 보니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인형계의 오래된 속담이 진리였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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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게 가을을 즐기는 뎁과 우유




인스타그램에 올라 있는 4000여개의 게시물 중 3000여장이 인형 사진이고 보면 내가 인형에게 쏟은 애정과 세월의 무게가 새삼스럽다. 앞으로도 나의 사랑하는 인형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당부를 끝으로 100회는 이쯤에서 마무리. 101회부터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좀 즐거운 주제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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