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마녀의 테마에세이
책을 출간하고 나니 의도치 않게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면 나도 모르게 손을 비비꼬는 이유는, 한심스러울 만큼 내가 사인에 서툰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인을 하는 데 익숙해진 작가들의 세련되고 멋들어진 사인이 무척 부럽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센스가 없다.
그런 센스가 없어서 어쩌면 아직도 이 모양 이 꼴인 걸까.
혼자 다 작업해야 했던 책이고 보니 허술하고 서투르기 짝이 없는데 사인마저 서투르니 어이할까 싶다.
사인에 익숙한 소설가가 아니라서, 라는 변명은 작가라는 자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라는 의미의 변명이기도 하다. 나는 유명한 작가가 아니다. 유명세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다. 그 증거가 저 세련되지 못한 필체와 사인이다.
그래서 책을 받아보시는 분들께 많이 미안하다.
다만, 돈을 받고 팔려고 만든 책이고 그래서 분명히 ISBN도 정식으로 발급받았지만 사실은 돈으로 살 수도 팔 수도 없는 "어떤 것"이 저러한 서투름의 형태로 오롯이 담겨 있다는 것, 그 서투름의 형태를 한 거짓없는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다들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다, 잘 전해 받으시리라 믿는다.
*<처음 만난 보라색>은 부크크, 예스 24, 알라딘에서 구입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