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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Apr 28. 2022

30.  근사한 꿈을 꾸었어.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근사한 꿈을 꾸었다.

꿈에 서 나는, 검은 옷을 입은 가냘픈 여자의 모습으로

공항.....이라고 생각되는 곳의 로비에 앉아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아이를 데리고 있는 한 남자, 역시 아이를 데리고 있는 한 여자, 그리고 약간은 미심쩍은 노인이 내 주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한 남자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나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그래야만 했다.

나는 팔을 뻗었고, 새가 되었다.

나는 날아서 도망쳤다. 절대 붙잡히지 않으려고 기를 쓰면서.

하지만 결국 힘이 빠져 어느 순간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었다.

내가 떨어진 곳은 텅 빈 쓰레기통 안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내가 더 이상 쫓기지 않을 것임을,

나를 쫓던 남자가 다시 나를 쫓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그대로 다시 잠이 들었다.

그 모든 게 꿈이라는 걸 잊지 않고서.


참 의아했던 건, 꿈에서 나를 쫓던 그 남자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는 거다.

그런데 어째서 도망쳤을까.

아마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그런데 왜 이게 근사한 꿈인 걸까.

잠깐이지만, 날개를 달고 도망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래, 아마도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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