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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Mar 01. 2022

28. 깨어 있으라, 평화로운 밤.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편히 누워 눈을 감고 깊이 잠들어도 된다.

오늘 우리가 보내는 밤은 평화로운 밤이니까.

하지만, 이 평화로운 밤에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하루쯤은 이 평화로운 밤을 포기해야 한다.

하루쯤은 뜬눈으로 이 밤을 지새워야 한다.

우리가 고요히 어둠 속에 몸을 누일 수 있는 이 밤에,

누군가는 몸을 누일 자리 없이 총을 들고

부서진 건물 벽에 기대어 밤을 지새울 것이며

누군가는 차디찬 바닥에서

깨어나지 못할 에 들기 위해 몸을 누일 것임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어젯밤이 우리의 오늘밤과 같이 평화로웠으나

우리의 내일밤은 그들의 어젯밤과 같지 않을 수 있음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하루쯤은 이 밤을 뜬눈으로 지새워야 한다.

이 아늑한 고요 속에 몸을 맡기고 자리에 눕지 말아야 한다.

타는 가슴을 치며 새벽을 기다려야 한다.

이 평온함이 깃든 어둠이야말로

세상 그 어느 누구도 빼앗기지 말아야 하는 밤이며

축복이고 선물이라는 걸 아침까지 기억해야 한다.

God bless Ukra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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