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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Oct 01. 2022

40. 움직이는 모든 몸은 아름답다.

국립현대무용단 <맨투맨>공연 후기

-사라지는 모든 것은 극적이다

이 한 줄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을 때, 나는 죽음을 생각하며 멀지 않은 미래에 나에게 닥칠 운명을 상상하는 동시에 불안과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곧 이 문구는 내 머릿속에서 질문으로 변했다.

그러한가?

사라지는 모든 것은 극적인가?

모든 질문에는 답이 기다린다.

그래서 그 답을 보기 위해 토요일 늦은 오후 광역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랄리 아구아데 안무가의 <승화>는 몸과 몸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면 허성임 안무가님은 죽음을 앞둔 인간의 내면을 여과 없이 강렬하게 해석하셨다.

허성임 안무가님의 춤. 인터미션 종료 직전에 찍었으므로 사실상 공연 시작 전에 찍혔다. 공연 중에는 찍은 사진이 없다

어차피 허성임 안무가님의 작품을 보러 간 거니까, 이 작품에 한해서만 이야기하자면.

내 생전 이런 작품을 또 볼 수 있을까 싶다.

공연을 보는 동안, 모든 것이 그저 직관적으로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경험.  어떤 동작도 생소하거나 거부감이 었고, 다만 우리 모두의 두려움의 표현임을 이해할  있었던 시간.

심플하고 강렬한 움직임이 좋았다. 소멸을 거부하는 그 정직한 몸부림을 이해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현란함으로 사람을 유혹하지 않는, 기교에 찬 아름다움으로 위장하지 않는 움직임이었기에 더욱 환상적이었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극적인가.

그렇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극적이다.

다만 우리가 찾아내지 못하고, 찾아낸다 해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할 뿐이다.

사라지는 모든 것이 극적이라면, 움직이는 모든 몸은 아름답다. 그 단순한 진실을 온몸으로 정직하게 표현해주셨다.  오늘의 공연을 해내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안무가님들과의 대화 타임. 가운데 두 분이 각각 허성임 안무가님과 랄리 아구아데 안무가님

공연을 마친 후 곧바로 안무가님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는데 허성임 안무가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궁금해서 좀 남아 있었다. 단순함 속에 깃든 진실을 추구하시는다는 점에서 취향 코드가 너무나도 나랑 잘 맞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멀다면 먼 길이었지만 오갈 때 큰 트러블이 생기지 않은 덕에 산뜻하게 다녀왔다. 얼마나 다행스러워는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공연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내 앞에 남은 질문으로 돌아가자.

좋든 싫든 우리는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극적인 몸부림으로도 막을 수 없는 미래가 기다린다.

어떻게 준비하고 직면해야 하는가.

어떻게 받아들여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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