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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내성적인 사람들의 항변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by Kalsavina

집단주의와 관련해 우리가 아는 명백한 사실들을 열거해본다. 우선, 에쿠니 가오리가 그랬듯 언행이 빠릿하지 못한 “된장”은 대체로 내성적인 사람들을 가리킨다(맨 뒷 사진), 그리고 내성적인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주관을 외향적인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곤 한다. 그리고 명백하게 조별 팀별 과제는 학교 회사 동호회 그 어느 집단을 막론하고 강제로 해내야 하는 임무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팀별 조별 과제라는 걸 정말 싫어했다. 협업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방법은 틀렸다고 늘 생각했지만 뭐 그닥 인정받은 적은 없다.

언행이 야무지지 못하고 굼뜬 사람을 가리키는 “된장”은 내성적인 사람들의 툭질이 어떻게 무시당하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예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수필집 <부드러운 양상추>에서 발췌.
(강제로 부과되는) 끊임없는 조별 팀별로 엮은 임무 같은 미친 짓 고만 시키라고 나 대신 말씀해주시는 수잔 케인 여사님

테드에서 수잔 케인이 하는 얘기가 그 얘기다. 뒤로 가서 꽤 말이 빨라지다 보니 할 수 없이 영어 자막과 한국어 자막을 번갈아 켜야 했는데 그런 얘길 하고 있더라. 집단의 광기라는 건, 그 집단의 규모와 관계없이 매우 무섭다. 사회에 희석되지 않고 겉도는 존재들을 존중하기 싫다면, 최소한 그들에게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를 강요하지 말고 내버려둘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한 얘기지만 진짜 똑똑한 사람들은 대체로 두 부류다. 내성적이거나 내성적인 척하거나.

#수잔케인 #에쿠니가오리 #내성적인사람들 #사회에서살아남기


*강연 내용 중 일부였는데, 인파가 몰릴 상 싶으니 바로 경찰이 도로 봉쇄했단다. 바로 그 경찰 인력을 빼돌리고 “놀러간 너네 잘못”이라고 입닦고 코닦는 gv가 문제인 건지 그걸 냅두는 국민이 문제인 건지.

*좋은 의미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이 있는데, 의외로 그 수가 많지 않다. 이 사람들은 자기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똑똑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내가 아는 선에서는, 그 긍정적인 외향성 버프로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대체로 진짜 좋은 의미에서 외향적인 혹은 내성적인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대부분은 자기가 편한 쪽을 선택해서 그 쪽을 연기하며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는 두말할 것도 없이 introvert 쪽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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