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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May 06. 2023

48. 함부로 출산장려정책을 논하는 이들에게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믿거나말거나.

내 아이 둘 조카 둘 도합 네 아이의 똥기저귀를 (한꺼번에는 아니고 차례로) 갈아주면서 10년 세월을 보냈다. 이 얘길 왜 하느냐 하면 이제부터 하는 얘기를 하기 위한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미리 일러두는 것.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엄마와 아빠 두 사람만의 힘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절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한 후에 아이에게 투입되는 인력은 별도라 쳐도 아이를 낳은 후 한 번이라도 친정 시댁 혹은 친척이나 친구 누군가의 손을 한 번도 안 빌려 봤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적어도 맞벌이 부부가 아니 맞벌이가 아니라 해도 아이가 아프거나 혹은 아이의 병과 다른 일이 겹쳐 제삼자의 도움을 받을 일은 왕왕 생긴다. 최소한 아이 하나 앞에 세명 이상의 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여간해서 원만한 육아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사실이다.


아이 엄마가 아이 하나를 케어하는 정도의 독박 육아라면, 뭐 힘들긴 해도 큰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둘 이상이 되면?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조카들을 키운 건 모친이지만 내가 투입되어야 했던 이유는, 모친께서 애들 밥과 목욕까지는 해결하셨으나 병원을 데려가질 못하셨던 것. 두 마리가 허구헌날 아픈데 본인은 애들을 병원에 데려가는 걸 너무 힘들어하시고 스트레스를 받으셨다. 반대로 내 아이들 병원 나들이 몇 년차에 병원행은 이골이 났지만 밥과 목욕은 도무지 해낼 자신이 없었던 나는 모친과 양육에서 필요한 일을 각각 분담해야 했다. 애들을 집 밖으로 데려나가야 하는 일 (병원, 어린이집 픽업 등)은 내가 했고 집 안에서의 일은 (밥해먹이고 씻기기) 모친께서 하셨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아이 하나에 최소 어른 셋이 필요한 이유.


아이들을 안 키워 본 사람들은 육아를 쉽게 말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냥 막연히 내가 최선을 다해 돌보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아마 없을 거다. 진짜로 대형 마트에서 거짓말 안 보태고 한 시간을 악을 쓰며 우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예방접종 안 한다고. 성인남녀에게 한 시간 동안 그냥도 아니고 악을 쓰며 울어보라는 미션을 던져보시라. 그게 얼마나 체력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되는지. 그 생떼와 패악을 동반한 울음을 네다섯 시간씩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을 고스란히 듣기만 해야 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지? 그게 자정부터 새벽이라면? 그게 하나가 아니고 둘이라면? 그 둘이 쌍으로 아파서 우는 거라 달랠 길도 없다면? 응급실 야간 진료비용이 무서워서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동네소아과 가려고 찢어지는 울음소리를 듣기만 하며 밤샌 경험이 있는지?

여기서 끝인가?

그 찢어지는 울음소리, 달래고 어르고, 옛날엔 회초리를 둘옸다만 요즘은 아동학대다 뭐다 해서 그러지도 못하고, 패악에 고함에 찢어지는 울음소리로 점철된 싸움을 애 엄마 혼자 애둘 셋을 상대로 몇 주 몇 달 몇 년, 계속한다고 상상해보라. 그 엄마가 맨정신으로 버텨내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산후우울증에 시달리고 혼이 다 빠지고 결국 정신과를 찾거나 남편을 상대로 내 인생 왜 이렇게 조져놨냐는 울분울 터뜨리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오은영 박사의 금쪽같은 내 새끼에 나오는 애들이 대단히 특별하고 희귀한 애들 같은가? 대부분은 “그보다 쪼끔 덜한, 덜 극단적인” 아이들에 불과하다. 더구나 내 아이들의 경우는 그나마 양육환경이라도 나은 편이었지만 나와 내 모친은 거실도 없는 방 두 칸짜리 아파트에서 조카 둘을 몇 년이나 키워야 했다. 그래도 나나 모친의 경우는 상황이 아주 나았다. 최소한 역할분담이라도 가능했고, 진짜로 돈이 없어 아예 병원을 데려가질 못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여기서 물어본다. 응급실 야갼진료비가 최소 얼마라고 생각하시는지. 한번에 최소 10만원은 깨질 각오를 해야 한다. 열이 나도 웬만하면 해열제를 먹이고 아침까지 버텨 보는 건 최소 응급실에서 4,50만원 깨진 다음부터다. 더 중요한 사실? 코로나 이후로는 흐흐흐. 열나는 환자 자체를 받아주질 않았지. 애든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그래서 몇이 죽어 나갔더라?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아마 돈 준다는데 왜 애를 안 낳는 거냐고 묻겠지. 그냥 웃는다. 웃어야지. 그럼 울까.


말이 길어졌다.

애 하나를 키우는 데는 어른 셋이 필요하다.

애 둘 이상을 어른 하나한테만 다 떠맡겨서 문제가 벌어진 거라면, 그 한 어른을 욕할 수 없다. 돕지 않은 모든 주변의 책임이다.

한 가구가 하나 이상의 아이를 가진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대가 아니라고 본다. 남편의 월급만으로 아이를 키울 집 하나를 장만하는 게 불가능해진 게 언제적 일이던가.

인천에 이어 동탄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아이를 키워야 하거나 노부모를 부양하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걸로 안다.

이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책은 글쎄, 기대할 수 있을까.

최소한 출산과 양육에 대한 문제를 안이하게, 주워들은 대로 떠벌리고 읊어대지는 말았으면 한다. 하루라도 우는 아이룰 달래며 밤을 새는 경험을 해 보고 나서나 얘길 하던가.

돈을 줘도 안 낳는 사람은 안 낳는다.

그렇게 힘들게 키워낸 애들을 억울하게 잃고도 하소연할 데도 없는 나라라는 걸 뻔히 알면서, 돈 준다고 애 낳을 사람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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