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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May 06. 2023

47. 촌스러운 유전자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부산 가시나에 뱃놈 딸이라는 태생을 탓하자는 거라면 뭐 그런 거라고 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자면 못생긴 건 분명히 아니지만, 뭔가 뼛속깊은 촌스러움이 박혀 있는 걸 느낀다. 외모뿐 아니라 타고난 아우라 자체가. 한때는 열심히 지성미를 쌓으면 극복 가능하리라고 믿으며 열심히 노력했는데, 불혹 중반에 들어 느끼는 건 노력의 결과에 대한 뿌듯함이 아니라 타고난 유전자에 대한 두려움이다. 피부색처럼, 눈동자 색처럼 본질적이고 벗어던질 수가 없는 그 어떤 촌스러움의 땟국물 같은 것.


그 촌스러움을 들키는 게 싫을 뿐이다. 유명해지고도 싶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곳저곳을 여행하고도 싶지만, 결국 그런 열망에 스스로 시들해지는 데는, 현실적으로 그런 삶이 눈 앞에 펼쳐졌을 때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게 내가 타고난 그 촌스러움 말고 또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

지식과 지혜로 습득하는 명석함과는 별개로, DNA에 내재된 촌스러움은 정말이지 어떻게도 제거하거나 수정할 방법이 없다. 아마 죽을 때까지 내 약점으로 남겠지만, 별 수 없이 감당해야 할 내 몫이겠지.


거울을 보다보면 깨닫게 되는 것.


그러니까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라도 좀 특별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저런 걸 (뜨개텀블러백) 만들어 들고 다니는 건가 싶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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