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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Apr 19. 2023

46. 세상은 요지경

칼미녀의 테마에세이

아침부터 술 취해서 학교에 온 아이는 알고보니 밤새 식당에서 손님들 갈비를 잘라주다 손님들한테 얻어먹은 술에 취하고도 결석 안하고 학교에 온 아이였단다. 학교에서 저녁 굶지 마라고 저녁식사 운영을 시작한다는 연락을 받고 생각하니 그 급식비 낼 돈이 없어 저녁 굶을 아이가 또한 없다 할 것인가.


그게 네 탓은 아니겠지 내 탓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렇게 학교를 졸업해서 대학 포기하고 그래도 대기업이라고 입사해서 돈번다고 대출받아 전세얻었을 애들의 전세금이 태반일 터. 250채라니. 인천 빌라왕과 같은배후인지, 배후의 실체는 모르겠다만, 너네가 인간이냐......


이런 얘기하면 잡혀간다고, 시대가 한바퀴 돌아 새마을 운동 시절로 돌아간 건지 뭔지 이런 얘기 하면 잡아간다고, 아무 말도 하디 마라고 협박 아니라 진짜로 걱정하는 소릴 다 듣는다. 세상은 요지경~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 일하면서 혼자 그 노래를 흥얼댔는데 들은 사람 없었기를. 그렇게들 찾고 찾던 당신들의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런 건가.


사회의 적폐가 야기한 개인의 불행을 개인 탓으로 돌리는 건 쉽다. 뭐, 자기 일이 되어보면 그때는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겠지만 그래도 어쩔 텐가.


침몰하는 배에서 서로 탈출하려고 악쓰는 소리들이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와서 도착할 육지가 있냐는 거다. 있다고 믿기는 하나 본데, 뭐 어느 나라 어느 나라 하고 읊어대긴 하더라만 가서 나라 잃은 백성으로 살아 보라지.

약자들을 대규모로 착취하는 걸 방치하고도 모자라 입 열면 잡혀갈 걱정을 (내가 아니라 남이)하는 세상이라니. 그러고 보니, 요즘은 어른들도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애 낳으란 말씀은 안 하시네.


이제 다시 돌아와서 우리가 말해야 할 것은 이상으로서의 평등이 아닌 현실로서의 불평등이다. 세상은 모두에게 공평했던 적도 없고 평등했던 적도 없다. 평등해야 한다고만 가르쳤지 평등하지 않다고 똑바로 일러준 적이 없다. 평등하지 않음에 대해 말하지 않는 법만 가르쳤지 말하게 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도 빵을 훔치고 19년형을 선고받겠지만, <나는 고발한다>의 에밀 졸라는 21세기의 대한민국 정권을 바꾸려다가 소리없이 칼맞고 매장되거나 근거가 석연찮은 성범죄 의혹에 휘말려 생매장당할 것이다. 아니 그 전에 그냥 아무것도 안 쓰겠지. 결말 아니까.

(그나마 에밀졸라만큼은 안 유명해서 다행인 건 이럴 때 뿐이구나)


사진은 며칠 전 퇴근길에 본 버릇없이 발칙하게 화사한 빛깔의 봄꽃나무. 타올라라. 소돔과 고모라를 불사를 기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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