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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Feb 18. 2023

45. 관계, 그리고 살아있는 존재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습니다

왠지 한번쯤은 해보고 싶어서 해보는 얘기.


1. 관계

작년에 있었던 일들로 해서 깨달은 건데, 우리가 보통 저지르는 무례한 행동들이 물론 진짜 악의적인 행동들도 있지만 거의 열에 아홉은, 단순한 부주의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자기 기준에서의 자기중심적인 배려”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보통 “해 주고도 욕 먹는다”고 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인데. 글쎄. 이에 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다보니 참 서로 친해지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는 친해지게 되는데. 딱 중요한 한 가지는 그 친해짐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해 주고 소위 <노력>을 해야 하는 관계는 어쨌든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 어차피 타인에게 백 프로를 맞춰준다는 불가능을 실현한다는 건 내가 상대의 노예가 될 각오가 서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것. 친해질 수 없는 사람과는 그냥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되 최대한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해 배려하면 되는 것. 그러나 역시 속 깊은 사람이 속 깊은 배려를 할 줄 안다는 건 경험으로 깨닫게 된다.

2. 살아있는 존재

학원 일이나 병원 일이나 딱히 능력치 바깥의 일이 아닌데 왜 결국 학원 쪽을 포기해야 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본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무엇을 다루느냐에 관한 문제였다. 병원에서는 무생물(기구)을 다루지만 학원에서는 생물(아이들/학생들)을 다뤄야 했던 것. 생각해보니 본업도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이었지 사람을 다루는 일은 아니지 않았던가. 뭐 이 부분에서 자책 따위를 할 마음은 별로 안 생기는 게, 어차피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이미지가 아닌 정도는 나도 알고 그런 건 천성적으로 타고나는 거니 내 의지와도 무관하다. 그래서 결국 키우는 애완동물도 살아 있는 동물이 아닌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는 인형인 건가. 천성이 차갑지는 않은데 어느 새 타인에게 상처주기 쉬운 사람이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던 누군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경우는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그렇다. 나는 기본적으로 살아있는 존재를 다루지 않는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존재에게 “다뤄지고“ 싶지도 않다. 타인에게 의존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서, 타인이 내게 과하게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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