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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May 12. 2023

50. <나를 보내지 마>를 읽는 법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시작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읽으면서다.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의 한 페이지. 다름아닌 가즈오 이시구로의 <Never let me go(나를 보내지 마)>를 언급한 부분에 눈이 오래 머물렀다.

내용은 사실상 가상 화자의 실제 책에 대한 독후감인데

상당히 불편해질 얘기가 될 것 같아 그냥 안 하려다가 하기로 한다. 왜냐하면 다른 작품 아니고 가즈오 이시구로의 <Never let me go>에 관한 거라서.


소설 속 내용만 두고 보자면, 딱히 잘못 읽었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없다. 어디까지나 작중인물의 “저는 그랬어요”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가. 헤일셤이 애시당초 뭐하자고 지어진 곳이던가. 내가 스포 안하려고 이쯤 하지만.....인간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그렇게 뼈아프고 신랄하게 고발했다는 게 나로서는 가슴아프기도 했지만 정말 큰 충격이었다. 누가 당신에게 종이와 펜을 내밀면서 “너 짐승 아니고 사람 맞지? 여기다 그림 좀 그려 봐. 그러면 보고 네가 짐승인지 사람인지 판단할게.”라고 말한다면 당신 심정은? 캐시가 헤일셤을 집요하게 떠올리는 것이 과연 아름답게 여겨질 일인가.

어떤 작품이든 사람마다 읽는 방식은 다르다. 이 작품이 (최은영 말고 가즈오 이시구로) 가슴아프고 슬픈 소설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 작품의 가치나 의의를 슬픔 그 자체에만 한정한다면, 그건 정말 뭐랄까.....그거야말로 정말 슬플 일이다. 명석한 독자가 명석한 작가를 만든다는 내 줄기찬 주장에 입각해서 말하자면, 명석하지 못한 독자를 만났을 때 명석한 작가의 빛은 바래고 만다. 그 훌륭한 작품을 너무 그런 쪽으로 편파적으로 해석한 거 아니냐 하겠지만 천만에. 내가 아는 그 어떤 책보다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골때리게 고발한 책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진짜 인간이 그런 짓까지 하게 될 미래를 상상하니 더 살기도 싫을 정도였다.


한편이로는 가슴아픈 작품이기도 해서, 굳이 이 소설 속 독후감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이유 그럴 의미 아무것도 없다. 다만 아쉬울 뿐이다. 한 줄이라도 그 잔혹함에 대해 언급 좀 하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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