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UI/UX의 언어

서비스와 게임 UI/UX를 중심으로

by Kalsen Lim

디자인 분야에서 'Less but Better'와 같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덜 보일수록 더 나은 디자인이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 항상 좋은 건 아닙니다.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가에 따라
좋은 디자인의 정의는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죠.


서비스의 웹&모바일, 그리고 제가 몸담고 있는 게임 산업에서의 UI.
위 케이스들 모두 ‘인터페이스’를 다루지만
그 인터페이스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목표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즉, 디자인의 성공 기준이 플랫폼이나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서비스 웹과 모바일: ‘보이지 않는 구조’의 미학

OS나 서비스 단위의 웹과 모바일 UI/UX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사용자가 빠르고 쉽게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
쇼핑몰에서 구매를 완료하고, 은행 앱에서 송금하고,
예약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핵심은 “얼마나 덜 고민하게 하느냐”입니다.

그래서 상용 서비스들의 웹/모바일 인터페이스는
복잡한 디자인 요소보다 명료하고 직관적인 정보 구조(information architecture)를 우선시합니다. 좋은 서비스 UX란, 사용자가 버튼의 위치를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죠.

아래 예시와 같이, 각 서비스마다의 디자인 시스템에 따라 컬러나 폰트 스타일등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큰 틀안에서 표준화 된 문법이 있음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image-1024x375.png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의 UI 패턴들 (출처:https://uibowl.io/)
image-9-1024x509.png <구글의 Material Design 3> 구글은 2014년 M1을 발표하고 난 뒤,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있다.

게임: 인터페이스가 곧 세계관

게임은 다소 다른 접근을 필요로 합니다.
여기서 UI의 가장 큰 목적은 효율이 아니라 '경험'의 전달입니다.
UI는 사용자의 행동을 안내하면서 동시에 게임 세계에 유저를 몰입시키고 확장시키는 서사의 일부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RPG의 UI는 단순히 메뉴가 아니죠.
고대 서적, 금속의 장식, 마법 문양 같은 시각적 모티프를 활용해
플레이어가 그 세계 안에서 ‘살아있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러한 장르에서 UI는 정보 전달 도구이자, 세계관의 언어입니다.


아래 디아블로4의 케이스를 보면,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서비스 UI에서 사용할 수 없는 과장된 텍스쳐 표현이나 다소 엔틱하게 느껴지는 버튼 표현들은 가상의 세계관이 가장 강하게 반영되는 RPG UI의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diablo-iv-beta-enchanting-1024x576.png <디아블로4>의 인첸트 화면. 피델리티가 전작들에 비해 많이 올라갔지만, 기본적인 시각적 헤리티지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스포츠 게임의 UI는 어센티시티(Authenticity)
즉, 현실감과 정확성을 목표로 합니다.
FC(구 FIFA 시리즈)나 NBA 2K 같은 게임을 보면
실제 TV 중계 그래픽, 전광판 인터페이스, 각 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이건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진짜 같은 경험”을 위한 맥락적 사실감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실제 스포츠를 사랑하는 유저들에게, 내가 직접 팀을 운영하거나 선수가 된 것 같은 경험을 스타트 스크린에서부터 전달하죠.

image-6-1024x576.png <Need for Speed Heat, 2019> 로딩화면. 길거리 레이싱이라는 비주얼 컨셉을 구체화 하며, 밤의 네온사인, 속도감, 에너지 등을 시각화 했다.
image-7-1024x576.png <Need for Speed Heat, 2019> 쇼케이스. 차고 환경의 3D Environment와 함께 UI는 조금더 기능적인 영역에 집중하고, 플랫한 현대적인 방식을 채택.
image-4-1024x576.png <Need for Speed Hear, 2019> 인게임 플레이. HUD(Head up Display) 형태로 현실적인 계기판의 메타포를 UI로 표시.
image-8-1024x576.png <Need for Speed Hear, 2019> 스토어. 썸네일 기반의 큰 타일리스트로 콘솔 특유의 시원스러운 UI 형태를 보여주고, 편집적 디자인을 강조.


장르가 달라지면 언어도 달라진다

같은 게임 플랫폼 안에서도, 장르에 따라 UI/UX의 전략은 달라집니다.
다만 게임 UI는 앞서 설명했다시피, 공통적으로 '세계관에 대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것을 상기해야합니다.

1. RPG는 가상의 세계관에 대한 몰입과 감정의 연속성을 가장 중요하게 디자인합니다.
2. 스포츠 게임은 현실적이고 어센틱한 표현의 방식과 경쟁과 다이나믹함을 시각화합니다.
3. FPS는 빠른 반응성과 전투 정보의 가시성을 LED Display, 광학장비 UI 등의 메타포를 통해 시각화 합니다.
4. RTS 장르의 게임은 데이터 중심의 명료함과 전략적 제어감을 디자인합니다.

이처럼 같은 게임 카테고리의 UI/UX라도, 세부 장르에 따라 다른 문법을 가집니다.
또한 3D Environment와 인터페이스간의 유기성도 굉장히 중요한 게임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UI를 '아트'의 영역과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죠.


UI/UX는 다국어이다.

오늘날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터페이스는 '이 환경에서, 이 목적을 위해'라는 조건 속에서 디자인되어야 하죠.


웹은 기능을 단순화하며 ‘보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 미덕이고,
게임은 경험을 풍부하게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미덕입니다.
이 둘은 상반돼 보이지만, 사실 같은 철학을 공유합니다.


결국 UI/UX의 본질은 '사용자의 집중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결정입니다.

UI/UX는 더 이상 단순히 화면을 구성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플랫폼과 목적, 그리고 감정의 방향성에 따라 변하는
'디지털 경험의 다국어'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Worm's Eye & Bird's Eye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