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섬으로

다카마쓰 여행기 2 - 나오시마

by Um sinal

나오시마에서 가장 유명한 건 호박이다.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태풍이 와서 떠내려간 호박을 줏어서 다시 세팅했다는 기사는 보았는데, 잘 있는지 궁금해서 직접 보러 가 보기로 했다. 는 거짓말이고 이미 다녀온 지인이 너무 좋았다고 후기를 들려줘서. 사실 이번 여행은 나오시마를 가기 위한 여행이기도 했다.


나오시마를 가는 한국인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두가지 방법이 있었다. 다카마쓰에서 가는 방법과 오카야마에서 가는 방법. 오카야마에서 가는 방법이 더 쉬워 보여서 둘째날 바로 치고 빠지기로 했다. 우노 역까지 가서 페리를 타면 되는데 페리 스케줄을 미리 맞춰야 하고(마지막 배가 빨리 끊긴다.), 섬 안을 한 바퀴 도는 버스의 시간도 있으며(그래서 사람들이 전기 자전거를 빌리더라), 섬 안에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예약 시간까지 맞춰야 하는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왜냐면, 나는 JJJJJJJJJJJJJJJJJJ니까.


일단 아침 일찍 출발한다고 출발했는데 우노 역에서 페리를 타고 나오시마 섬에 도착하니 이미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그리고 나를 반겨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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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호박? 노란 호박이지 빨간 호박이라는 말은 없었는데. 하지만 일단 사진은 찍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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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검정색 공처럼 생긴 친구들이 나오시마의 상징인지 여기저기 많이 있었는데, 집들도 가게도 여기저기 센스 있게 꾸며놓은 곳이 눈에 많이 띄었다. 사실 나오시마는 딴 거 없고 돌아다니면서 사진만 찍어도 하루 종일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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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거의 삼각형으로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굉장히 바쁜 가운데, 안도 미술관부터 가 보기로 했다. 그의 건축물은 이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방하는 스타일이 되었지만 또 지나칠 수 없지. 그가 만든 공간 안에 이런 저런 자료들을 모아 두었는데 어차피 이 섬에 있는 대부분의 건축물은 이 양반이 지은 거라 앞으로도 많이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이에 프로젝트 (집 프로젝트)도 의외의 신선한 경험이었는데, 곧 다시 방문할 예정이라 그 때 또 다른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면 한 번 가 보고 싶긴 하다. 골목에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인지 정말 친절하게 안내해주셔서.. 근데 막상 들어가면 별 게 없다고 놀라지 마세요. 원래 그런 거더라고요.



츠츠지소 정류장으로 이동해서 몇 개의 미술관을 걸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발견한 노란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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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다가오는 노란 호박. 그리고 알았다. 내가 수평의 신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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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았는데 너무 좋았던 스기모토 히로시. 또 가고 싶지만 지금은 전시를 진행하지 않는 모양이다. 공간과 전시가 완벽히 어우러진 그런 전시였다. 뭐라도 하면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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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 미술관의 야외 전시들, 그리고 실내 전시까지 한 바퀴 훑었다. 여기에 앉아 필름을 갈고 있었더니 어떤 외국인이 내게 필름 사진을 찍냐며 말을 걸어왔는데, 내 짧은 영어로는 도통 설명이 안 되서 다시 한 번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돌아와서 역시나 하지 않고 있다. 사실 20년간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라도 외워야지 하고 다짐하지만 아직도 나는 내 이름을 가타카나로 쓰지도 읽지도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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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미술관 올라가는 길에 유독 많았던 고영. 사람들이 사진을 워낙 찍어서 그런지 너는 찍어라 나는 내 일 할란다의 스탠스로 해탈한 상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갔던 이우환 갤러리. 이우환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데 - 어디 나만 좋아하겠는가 한 점에 가격이.. - 일본에 그것도 나오시마라는 섬에 그의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이 좋아서 꼭 가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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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알았어요 안도 당신이 만든 거 누가 봐도 알겠다고요..................

이 곳은 야외만 사진 촬영이 가능하고 실내는 촬영이 불가하다. 그냥 툭 하니 세워 둔 기둥 툭 하니 던져 둔 바위 이런 것들이 모여 예술품이라는 이름을 가지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가.


시간에 쫒겨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니 마지막 페리를 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숙소 근처에 도착해서는 또 빠질 수 없는 라멘과 생맥주로 저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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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장 좋아하는 일본 라멘은 이치란인데, 돼지고기 육수로 만들어 엄청 진한 국물이 생맥주를 부르는 그런 맛이다. 그런데 걷다 보니 잇푸도가 보여서.. 교자와 함께 생맥주를 찌끄려주는 저녁 식사. 이렇게 2일차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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