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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ryme Dec 16. 2015

여행 불안 해소법

여행지에서도 '돌아가서 뭐하지'를 고민하던 나를 위해

10년 전 첫 배낭여행. 중국에서 시작해 육로로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을 지나 비행기로 인도로 가는 일정. 목표 기간은 6개월이었다. 여행을 계획하며 세 가지를 은근히 기대했다.


1. 직싸게 고생해서 살이 쪽 빠지겠지. (어느 나라 음식이든 먹다 보니 입에 착착 감기더라.)

2. 영어 회화가 능통해지겠지. (손짓 발짓이면 안될 게 없더라.)

3. 외국인 친구가 엄청 많이 생기겠지. (손짓 발짓에도 한계가 있더라.)


당연히 세 가지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불안함을 얻었다. 영어를 못해 주눅 들었고, 한국에 가면 뭘 하지를 고민했다. 매일 일기장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미 지난 여행 기간을 나타내는 부분을 까맣게 칠하고선 새털 같이 많이 남은  동그라미를 보면서 집에 가고 싶었다. 불안했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그때의 불안함과 다짐 같은 것은 금방 잊었다. 사람은 이토록 간사하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꽤 많은 나라를, 꽤 많은 목적으로 돌아다녔지만 불안감은 없어지지 않았다. 긴 여행은 내 신분이 불안정하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출장 같은) 짧은 여행은 그 안에서 이뤄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여름휴가 같은) 또 다른 짧은 여행에선 휴가 이후 업무에 대해 고민했다. 대단히 유능한 직원도 아니었건만 왜 그랬을까.  이놈의 여행 불안증.


올해 여름 두 달간 유럽 여행에서는 "내가 헛되이 시간(과 돈)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불안함과 "뭐든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역시나 여행을 했다고 해서 대단히 변한 것은 없었다. 근데 왜 또 갔을까. 자유롭고 싶다거나 자아를 찾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어차피 여행으로는 둘 다 안된다는 걸 알기에. 그냥 재밌다가 정답.


그래서 이번에는 여행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인상적이었던 것들을 적어보자. '00에 이런 거 있다'시리즈. 주관적인 기준으로 신기했던 물건이나 공간을 골랐다. 아무도 몰랐던 걸 내가 뿅 끄집어낸 것은 아니다. 지구촌 시대(이제는 사라진 이 단어)에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도 있겠으나 몰랐던 사람도 한 10명 정도는 있지 않겠나.


*사진은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는 4212버스. 이 버스의 새로운 친구는 1940-50년대 미국에서 왔을 클래식카. 봉쇄정책으로 물자가 부족한 쿠바에선 둘 다 아직 현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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