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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ryme Dec 16. 2015

베타하우스, 공간+알파를 나누다

베를린 스타트업씬이 궁금하다면 여기로

*주의사항: 여행자의 눈으로 본 풍경이므로 전문가가 보기엔 별 거 아닐 수 있음.


betahaus(베타하우스) 1층 카페. 베를린 명소를 구글링하다가 '이 정도는 가줘야 '진짜' 베를린 여행'이라는 잡지 기사(http://me2.do/xPgdzq3X)를 보고 찾아간 곳. '진짜' 가봐야할 것 같은 제목 아닌가. 만약 안간다고 하면 "아직도 베를린장벽이나 보고 돼지족발만 뜯다가 갈 셈이냐"고 등짝스매싱 당할 것 같은 제목.

그 잡지에 "대부분 애플 노트북을 켜놓고 뭔가에 열중해 있는 젊은이"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진짜'였다. 저 빛나는 사과 모양을 보라. 갑작스런 폭염에 에어컨도 안나오는 카페 안에서 다들 우직(ㅋ)하게 뭔가를 하는게 인상적이었다. 카페 특성상 아마 (예비)창업자가 많았을 것 같다. 왠지 저 속에 있으면 나도 뭔가를 으쌰으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Betahaus는 공유 사무실이다. (이제는 지루한 단어가 된 공유, 한때는 너도 힙 또는 핫한 단어였거늘.) 베를린의 핫인지 힙인지 여튼 그 플레이스인 크로이츠베르그(Kreuzberg)에 있다. 1층은 카페, 2층부터 사무실이다. 2009년에 만들어졌는데, 사무실이 없는 소자본 창업자들에게 공간(책상과 사무집기류를 포함)을 빌려준다. 회의실이나 강당 같은 시설도 있다. 매월 160유로(20만원/매월 12일만 빌리면 90유로=12만원) 정도. 공간만 공유하기에 각자 다른 일을 하지만, 창업이라는 공통 목표가 있기에 서로 필요한 정보도 나누고 사람도 구하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됐다고 한다. (http://www.betahaus.com/berlin/) 독일 내에서는 베를린과 함부르그에 있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불가리아 소피아에도 사무실이 있다. 1층 카페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창업자의 스토리도 있다. 당시 일하던 연구소가 없어져 어려움을 겪다가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을 낸 게 시작이라고 한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고, 고난 없이는 얻는게 없으며, 인생사새옹지마인 모양이다.


매주 목요일에 betabreakfast라는 행사가 있다. 입장료 10유로를 내면 간단한 조식 부페를 먹으면서 스타트업 관련 발표를 들을 수 있다.(안가봤지만) 한국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테헤란로런치클럽과 비슷하지 않을까?

먼저 테마파크 입장권 같은 팔찌를 채워준다. 음식을 먹으면서 참석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도 있다. 무려 각자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진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 창업을 한 사람, 투자처를 찾는 사람, 조언을 해주고 싶은 사람 등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 국적은 다양했다. 내가 방문한 날만 해도 한국, 독일,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다. 독일, 특히 베를린은 영어로 의사소통하기 쉽고 물가와 임대료가 저렴해 스타트업씬이 활발하다고 한다.


스타트업을 꾸리는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회계나 경영, 인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연도 한다. 내가 간 날에는 이탈리아에서 숙박업을 하는 부부가 투자자를 찾고자 발표를 했다. 피아노를 싣고 길거리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는 마케터를 찾으러 왔다. 한국의 한 창업지원센터에서 답사를 하러 오기도 했다. 이날만큼은 SNS기반 매체를 만들고 싶다는, 다소 급조된 창업희망자로 나를 소개했다.

발표가 끝나고 나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가서 의견을 나눈다. 누군가 내게 "수익 모델을 먼저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betabreakfast에 참가하면 사무실도 구경할 수 있다. betahaus직원이 가이드를 해주는데, 아이폰 찰칵 소리가 방해될 것 같아 사무실 사진은 찍지 못했다. (한국에선 법적으로 휴대폰 카메라 소리가 나도록 정해져 있단 말에 외국인들은 아주 놀랐다.) 강당 같은 공간에는 폭신한 쇼파가 놓여있었다. 여러명이 앉을 수 있도록 큰 탁자를 놓은 회의실이 있다. 한쪽 벽면을 차지하는 화이트보드도 있었다. 자신을 소개하는 폴라로이드 사진과 구인구직 광고는 예술 작품 같았다.

어찌보면 대단한 모습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씬이 TV프로그램에서 소개될 정도이니 이제는 익숙해진 풍경이기도 하다. 베를린의 모든 창업자가 betahaus를 찾는 것도 아니다. betabreakfast에서 대단한 아이디어나 발표가 쏟아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 공간은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SNS에선 글로벌 기업이 시작된 곳을 모아놓은 콘텐트가 화제였다. 애플의 시작은 스티브잡스 부모님 집의 차고였고, 현대의 시작은 쌀가마니를 실은 자전거라는 내용이었다. 차고가 없는 사람들에게, 교통수단으로 이동시킬 수 없는 무형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betahaus는 그런 시작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한국에도 공유사무실이 몇 군데 있다. 당연히 내실이 중요하겠지만, 언젠가 "이 정도는 가줘야 '진짜' 서울 여행"이라는 기사에 등장하는 '쿨'한 공간도 한두 군데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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