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 (2021)

by 카마

하마구치 류스케 영화의 분위기와 느낌을 좋아한다. 인물들을 담담하게 관찰하고 그들의 고민과 성찰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적 분위기가 좋다. 이번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삶 속에서의 상실감을 메우고,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 그리고 그 속에 끼어있는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이야기와 하루키적 감수성. 전형적인 하루키 월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가후쿠와 오토. 겉으로 보기에 나름의 사회적 성공을 이루어 안정되고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아가는 부부다. 하지만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면서 가후쿠의 삶의 균형이 깨지고, 가후쿠는 아내에게 아무것도 묻지 못한 채 갑자기 찾아온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어. 진실을 지나치고 말았어.”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내면에 켜켜이 쌓여가는 상처가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상처가 커지고 결국엔 세상에 문을 닫고 삶에 둔감해지는 방식으로 표출된다. 둔감해진다는 것,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는 건, 다 자신의 내면을 보호하기 위한 기제다.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건 결코 없다.

“살아남은 자는 죽은 자를 계속 기억해. 어떤 형태로든 그게 계속되지.”
이 영화 속 인물들도 자신의 내면 속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겉으로 냉정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아가지만, 본인들도 알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는 걸. 결국 그 상처는 상처 입은 존재들끼리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통해 치유된다.

기억이란 무엇인가? 우리의 기억은 얼마나 정확할 것이며, 그 상처 혹은 과거의 기억이 과연 삶을 온전히 담고 있는 것인가? 자신만의 왜곡된 시선을 통한 편향된 기억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철저히 자신의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기억할 것이다. 자신과의 관계를 넘어선 타인의 모습은 애당초 볼 수도 없다. 결국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은 각자의 경험의 관계망 속에서만 떠올릴 수 있고, 나와 함께 하던(나에게 의미가 있던 순간의) 그의 모습만 기억 속에 살아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나에게 다정했던,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을 온전히 떠올리고 그대로 기억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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