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음 많은 청년의 미숙하고 순수한 사랑에 관한 영화다. 우체국 직원인 도메크는 창문 너머로 연상의 여인 마그다를 몰래 훔쳐보며 사랑에 빠진다. 가짜 송금표를 만들어 그녀가 우체국으로 오게 만들고, 그녀가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눌 때 가스 고장 신고를 하며 방해하고, 그녀를 보기 위해 새벽 우유 배달까지 하게 된다. 매일 저녁 그녀가 퇴근하는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고 매일 밤 그녀를 관찰하는 집요함을 보이고, 그녀 앞으로 온 편지까지 빼돌린다. 그러던 어느 날 도메크가 만든 가짜 송금표를 들고 우체국에 방문한 마그다가 송금표를 조작했다는 누명을 쓰고 비참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 모습을 목격한 도메크가 그녀를 따라가 그동안의 자신의 행동을 털어놓으며 고백하고 그녀와 꿈만 같은 데이트를 하게 된다.
“사랑한다고요.” vs “그런 건 없어.”
순수한 청년 도메크에게 사랑은 세속적이지 않은 맹목적이고 순수한 감정의 결정체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때 아무런 조건이 없다. 단지 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보고 싶기 때문에 그 사람을 향할 뿐이다. 그에게 사랑은 절대적이며 열렬한 순애보다.
마그다에게 사랑은 믿을 수 없는 무엇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육욕을 채우기 위한 포장일뿐이며,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공허한 울림이다.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화려하게 다가왔다 진부하게 사라져 갈 뿐이었다. 그녀는 이제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녀에게 사랑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후 허무하게 사그라드는 욕망과 같다.
“벌써 했니? 사랑은 이게 다야.”
마그다와의 첫 데이트에 도메크는 그녀의 집으로 이끌려가고, 그녀의 작심한 유혹에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린다. 도메크는 황망하게 집으로 도망치듯 달려가고, 그날 밤 손목을 긋는다. 마그다에 대한 맹목적 순애보를 보여주던 도메크는 그녀에게 농락당하며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그녀에게 보여준 수치스러운 모습에 삶의 의지마저 놓아 버린다.
“네 말이 맞았어.”
병원으로 실려간 도메크와 연락이 닿지 않게 되자, 마그다는 초조해진다. 도메크의 순수한 사랑을 농락해 버린 자신의 성급한 행동을 후회하며, 죄책감을 느낀다. 도메크의 연락을 절실하게 기다리며 깨닫는다. 진실된 사랑이 존재할 수도 있음을. 이 부분이 조금 모호하다. 마그다가 도메크를 사랑하게 된 건지, 아니면 도메크의 순수하고 진실된 사랑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인지. 어찌 되었든 마그다는 자신이 부정하던 사랑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무엇?
애틋한 감정의 울림과 가슴 시리도록 선연한 가슴속 불길은 영원히 타오를 것인가? 그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감정은 쓰면 쓸수록 빛이 바래고 퇴색되어 간다. 도메크에게 처음 찾아온 사랑은 미숙하지만, 자신이 지닌 온전한 감정 그 자체다. 세련됨은 없지만 이글이글 타오르는 홍염은 자신과 그 대상을 삼켜버릴 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처음이기에 열정적이고, 맹목적이고 미숙하지만 순수하다. 그 강력한 힘이 이미 수도 없이 감정을 소모해 버려 꽁꽁 얼어붙은 마그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차갑게 식어버린 마그다의 가슴에 따스하게 온기를 지핀다. 도메크의 불꽃이 마그다의 가슴을 함께 불태울지, 도메크가 동력원을 잃고 자신마저 하얗게 불태우며 소멸해 버릴지는 알 수 없다. 사랑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