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지오와 공감이론: 감정에서 공감으로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데카르트의 오류』는 인간 존재를 이성과 감정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그는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반박하며, “감정 없이는 이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은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느끼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감이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다마지오의 발견은 한 걸음 더 확장되어야 한다.
다마지오는 감정과 느낌을 이성의 전제 조건으로 본다. 그러나 공감이론은 이를 공감OS와 이성OS의 구조로 재해석한다. 존재하려는 의지가 더 효과적이고 빠른 생존을 위해 만든 것이 바로 공감OS이고, 그 위에 덧붙여진 계산 체계가 이성OS다. 이것은 마치 컴퓨터 운영체제(공감OS) 위에 실행되는 프로그램(이성OS)과 같다. 이 틀에서 보면 다마지오의 말은 “이성은 감정 위에 선다”가 아니라, 보다 정교하게 “이성은 공감 위에 선다”로 고쳐야 한다.
문제는 다마지오가 감정을 지나치게 ‘느낌’이라는 주관적 신호에 묶어 두었다는 점이다. 감정이나 느낌은 사실 공감OS에서 이성OS로 흘러 들어오는 데이터일 뿐이다. 즉, 감정은 원초적 공감의 일부 표현일 뿐인데, 다마지오는 이 감정을 독립된 토대처럼 다루었다. 공감이론은 이 지점을 바로잡는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무수한 자극과 신호들을 공감OS가 먼저 수용하고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감정이나 느낌은 공감의 부산물이지, 공감 자체는 아니다. 따라서 감정을 공감으로 격상시켜 이해해야 다마지오의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다마지오의 뇌과학적 주장은 공감이론의 구조와 매우 닮아 있다. 그는 합리적 판단이 감정 신호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고 했다. 공감이론도 동일하게 말한다. 공감OS 없이는 이성OS가 작동할 수 없다. 결국 인간은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공감하는 존재가 보다 나은 생존을 위해 생각을 동원하는 존재다.
다마지오가 설명한 메커니즘은 “외부 변화 → 입력(정서 유발) → 표상 → 평가/결정 → 행동”이다. 공감이론으로 번역하면 “의지 → 반응 → 공감”이라는 훨씬 단순하면서도 보편적인 원리로 정리된다. 인간뿐 아니라 자연과 우주 전체가 이 법칙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감정을 공감으로 해석하는 순간, 논쟁과 혼란은 사라지고, 존재의 원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우리는 다마지오가 말했듯이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느끼는 존재이며, 더 나아가 공감하는 존재다. 공감 위에 이성이 서고, 이성은 다시 공감의 창발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작동한다. 이 구조가 바로 공감이론이 다마지오를 넘어서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