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 관성과 엔트로피 16장
역설이 있다. 13장에서 무의 가속자를 봤다. 존재를 빠르게 무로 돌려보낸다. 구더기, 세균, 산화. 순환을 돕는다. 15장에서 무의 관성 역행자를 봤다. 사라지지 않으려 한다. 암, 바이러스, 독재. 순환을 거부한다.
겉으로 보면 완전히 반대다. 하나는 빨리 무로 돌려보낸다. 다른 하나는 끝까지 사라지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든다. 뭔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서로 반대지만 같은 시스템 안에 있는 것 같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생각을 뒤집는다. 이 둘은 모두 공감의 순환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 반대가 아니다. 보완이다. 함께 작동한다. 순환을 위해.
도덕적 판단을 멈춘다.
무의 가속자는 착한가. 아니다. 무의 관성 역행자는 나쁜가. 아니다. 이분법은 존재론을 설명하지 못한다.
구더기를 본다. 시체를 먹는다. 혐오스럽다. 더럽다. 나쁜가. 아니다. 필요하다. 분해해야 한다. 순환해야 한다. 착한가. 아니다. 그냥 작동한다. 구조적으로.
암을 본다. 세포를 죽인다. 숙주를 죽인다. 나쁜가.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암세포 입장에서는 살려는 것뿐이다. 악의가 없다. 의도가 없다. 그냥 증식한다. 프로그램대로.
자연은 도덕이 아니라 구조로 작동한다. 자연은 선악을 판단하지 않는다. 순환 가능성만 판단한다. 순환하면 남는다. 순환 안 하면 제거된다. 그뿐이다.
무의 가속자를 다시 본다. 순환을 빠르게 만든다.
분해를 본다. 죽은 나무. 구더기가 먹는다. 세균이 분해한다. 빠르게 흙으로 돌아간다. 영양분이 방출된다. 새로운 나무가 자란다. 빠르다. 효율적이다.
소멸을 본다. 별이 폭발한다. 초신성. 모든 것을 날려 버린다. 파괴적이다. 하지만 필요하다. 무거운 원소가 우주로 퍼진다. 새로운 별이 만들어진다. 행성이 만들어진다. 생명이 만들어진다.
청소를 본다. 숲이 탄다. 산불. 파괴적이다. 하지만 재생한다. 죽은 나무가 치워진다. 씨앗이 발아한다. 새로운 숲이 자란다. 더 건강하다.
초기화를 본다. 컴퓨터가 느려진다. 오류가 쌓인다. 초기화한다. 깨끗해진다. 빨라진다. 다시 시작한다.
존재의 흔적을 지워 다음 존재가 들어올 자리를 만든다. 무의 가속자의 역할이다. 파괴가 아니다. 준비다. 다음을 위한.
무의 관성 역행자를 다시 본다. 순환을 강제로 밀어붙인다.
사라지지 않으려는 집착을 본다. 암세포. 죽지 않는다. 계속 증식한다. 멈추지 않는다. 결국 숙주를 죽인다. 자신도 죽는다. 역설이다. 사라지지 않으려다 사라진다.
과도한 증식을 본다. 바이러스. 너무 빨리 증식한다. 숙주를 너무 빨리 죽인다. 전파되기도 전에. 자멸적이다. 하지만 결과는. 숙주가 죽는다. 바이러스도 죽는다. 순환이 강제된다.
시스템의 한계를 시험한다. 독재. 권력을 놓지 않는다. 계속 버틴다. 민주주의를 억압한다. 하지만 결국 무너진다. 혁명이 일어난다. 더 강한 민주주의가 만들어진다.
결국 붕괴한다. 모든 역행자가. 순환을 거부하다가 순환을 더 큰 규모로 발생시킨다. 저항하다 굴복한다. 버티다 무너진다. 역설이다. 거부하려던 것을 강제로 실행한다.
역행자가 필요한 이유를 본다.
역행자는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다. 암을 본다. 생명 시스템의 취약점이 노출된다. 어디가 약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면역 체계가 강화된다. 암 연구가 진행된다. 치료법이 개발된다.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된다.
바이러스를 본다. 면역 체계를 시험한다. 백신이 개발된다. 항체가 만들어진다. 면역 체계가 진화한다. 다음 바이러스에 대비한다.
독재를 본다. 민주주의의 약점이 노출된다. 어디서 독재가 시작됐는지. 무엇이 실패했는지. 민주주의 면역이 강화된다. 제도가 보완된다. 감시가 강화된다.
버블을 본다. 경제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난다. 2008년 금융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 문제가 터졌다. 규제가 강화됐다. 시스템이 개편됐다. 더 안전해졌다. 아니, 완전히는 아니다. 하지만 배웠다. 조금은.
역행자는 시스템을 망가뜨리면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 파괴적이지만 필요하다. 고통스럽지만 의미 있다.
공감 순환 시스템의 진짜 모습을 본다.
지금까지의 단순 도식은 이것이었다. 존재, 무, 존재. 순환한다. 단순하다. 깔끔하다.
하지만 실제 구조는 다르다. 복잡하다. 두 경로가 있다.
존재에서 무의 가속자를 거쳐 빠른 순환. 정상 경로다. 효율적이다. 부드럽다. 대부분 이렇게 간다.
존재에서 무의 관성 역행자를 거쳐 붕괴를 통한 재설계. 비정상 경로다. 폭력적이다. 고통스럽다. 가끔 이렇게 간다.
두 경로 모두 결국 순환으로 회수된다. 다른 길이지만 같은 곳에 도착한다. 무로. 그리고 다시 존재로.
존재하려는 의지는 둘 다를 활용한다.
핵심이다. 존재하려는 의지는 무의 가속자를 통해 속도를 관리한다. 빠르게. 효율적으로. 부드럽게. 순환한다.
동시에 무의 관성 역행자를 통해 한계를 시험한다. 어디까지 가능한가. 무엇이 약점인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붕괴시킨다. 배운다.
존재하려는 의지는 순환을 위해 정상과 오류를 동시에 사용한다. 둘 다 필요하다. 둘 다 도구다. 목적은 같다. 순환. 진화. 지속.
진화를 본다. 항상 문제를 통해 일어난다.
완벽한 시스템을 상상한다. 오류가 없다. 문제가 없다. 실패가 없다. 좋아 보인다. 하지만 진화하지 않는다. 변화가 없다. 개선이 없다. 정체된다.
현실을 본다. 오류가 있다. 문제가 있다. 실패가 있다. 역행이 있다. 고통스럽다. 하지만 진화한다. 공감 구조가 재편된다. 존재 방식이 업그레이드된다.
DNA 복제 오류를 본다. 실수다. 하지만 돌연변이를 만든다. 다양성을 만든다.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오류가 필요하다.
대멸종을 본다. 6천5백만 년 전. 공룡이 멸종했다. 비극이다. 하지만 포유류가 번성했다. 인류가 나타났다. 멸종이 새로운 시작을 만들었다.
역행자는 진화의 적이 아니라 진화의 연료다. 문제가 진화를 만든다. 오류가 발전을 만든다. 역설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독재, 암, 바이러스를 재해석한다.
독재는 민주주의의 오류가 아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시험받는 순간이다. 어디가 약한지. 어떻게 보완할지. 배우는 기회다. 고통스럽지만.
암은 생명의 배신자가 아니다. 생명 시스템이 한계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강화할지. 진화하는 계기다. 슬프지만.
바이러스는 생명의 적이 아니다. 면역 체계가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다. 새로운 위협. 새로운 대응. 새로운 능력. 발전하는 과정이다. 두렵지만.
이들은 모두 존재하려는 의지가 자기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던진 극단적 질문이다. 여기까지 가능한가. 이것도 버틸 수 있는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질문이다. 시험이다. 진화의 기회다.
나쁨을 다시 본다. 제거 대상이 아니라 해석 대상이다.
제거는 필요하다. 암을 제거한다. 독재를 제거한다. 바이러스를 제거한다. 당연하다. 생존을 위해. 하지만 악으로 낙인찍는 순간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
암을 악마화한다. 싸워야 할 적. 물리쳐야 할 악.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다. 왜 생겼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예방할지. 적으로만 보면 배울 수 없다.
독재를 악마화한다. 제거해야 할 악.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다. 왜 나타났는지. 민주주의의 어떤 약점을 파고들었는지. 어떻게 막을지. 악으로만 보면 반복한다.
공감이론은 말한다. 제거는 필요하지만 배제는 이해가 아니다. 제거하되 이해해야 한다. 없애되 배워야 한다. 막되 진화해야 한다.
통합 명제를 내린다.
무의 가속자와 무의 관성 역행자는 모두 공감 순환 시스템의 부속이다. 하나는 질서를 정리하고 다른 하나는 질서를 흔든다. 존재하려는 의지는 이 둘을 모두 사용해 스스로를 진화시킨다.
선악이 아니다. 구조다. 필요와 역할이다. 정상과 비정상이 함께 작동한다. 순환을 위해. 진화를 위해. 지속을 위해.
숲을 다시 본다. 나무가 죽는다. 구더기가 먹는다. 가속자다. 빠르게 분해한다. 순환한다. 가끔 버섯이 과도하게 번식한다. 나무를 너무 빨리 죽인다. 역행자다. 하지만 결국 균형을 찾는다. 숲 전체가 배운다. 강해진다.
우리도 그렇다. 정상적으로 순환한다. 대부분. 가끔 역행한다. 집착한다. 버틴다. 결국 무너진다. 고통스럽다. 하지만 배운다. 강해진다. 진화한다.
질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 순환을 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가.
우리는 가속자가 될 수도 역행자가 될 수도 있는 존재인가. 선택할 수 있는가. 의지로. 의식으로.
언제 놓아야 하는지 알 수 있는가. 언제 버텨야 하는지 알 수 있는가. 가속자가 되어 순환을 도울 때는 언제인가. 역행자가 되어 시스템을 시험할 때는 언제인가.
자유가 있는가. 책임이 있는가. 윤리가 있는가. 아니면 그냥 작동하는가. 구조적으로. 자동으로.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답을 찾아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