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일까요?
빗질이나 산책, 놀아주기,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여 관심을 쏟는 일?
아마도 반려인이라면 이런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무엇인지 아실 겁니다.
바로 반려동물이 아프고 병이 났을 때입니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내가 잘못해서 아픈 건가?' 하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지요.
반려동물을 키우면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집 고양이 나나도 처음 저와 생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토를 했어요.
어찌나 놀랐던지 토하던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이동장도 없이 나나를 품에 안고 병원으로 뛰어갔었죠.
지금이었다면 이렇게 대처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그렇게 동물병원에서 저는 수의사 선생님께 사진과 함께 나나를 보여드리며 다급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얘가 토를 해요! 어디가 아파서 이러는 건가요??"
근데 선생님은 아주 침착했습니다.
살짝 기분이 나쁘더군요. 아니 우리 애가 이렇게 아픈데 왜 이렇게 여유가 있는 거지? 하면서 말이죠.
선생님은 평소 기력, 밥은 잘 먹었는지, 배변 상태는 어땠는지 등 기본적인 상태를 확인하고 청진을 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죠.
"상태는 정상인 것 같고요. 사진과 평소 징후를 보니 급하게 먹어서 사료토를 한 것 같네요."
"고양이는 원래 구토를 자주 하는 동물입니다."
고양이는 원래 그렇다고요?!?
그리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나나가 꽤나 저체중이네요. 권장량보다 조금 더 많이 줘보세요"
...
충격적이었습니다.
맞아요.
저는 고양이가 귀여워서 데려왔고 키울 준비는 전혀 안 되어 있었습니다.
그저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만 구비해놓았을 뿐이죠.
진짜 중요한 반려 상식과 고양이의 특성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니 나나는 언제 내가 토를 했냐는 듯이 시원하게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드링킹 하고 태연하게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 가서 그루밍을 하고 낮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창피하고 나나에게 미안한 하루였습니다.
충격적인 동물병원 첫 방문 이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이 아이를 평생 행복하게 해 줄 수 없구나"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 날부터 고양이 육묘에 관한 것을 공부했습니다.
무엇이 좋은 사료인지, 어떻게 케어해주어야 하는지, 고양이의 생애는 어떤지,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지 등등
인터넷 매체, 전문서적들을 통해 지금 이 시점까지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배운 것을 토대로 저는 매일 몇 가지 변화에 주목하며 나나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어요.
1. 식욕
2. 털 상태
3. 활력징후
4. 잇몸, 입 속 상태
5. 배변 상태
이렇게 매일 저 5가지만 확인해도 혹시나 동물병원에 내원할 경우 수의사 선생님들에게
나의 반려견이나 반려묘에 대한 훨씬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진료 시 정확한 처방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저에게 책임감과 사명감을 지니게 해 주고 꾸준함을 배우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은 쉽지 않죠.
특히나 배변 상태를 체크한다는 것은 냄새도 그렇고 모양을 어느 정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여간 비위가
좋지 않은 이상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것!
'내가 데려온 고양이니깐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나'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고 끝내면서 아이들의 변상태가 좋으면 기분이 좋고, '내가 잘하고 있구나! 훌륭하다!' 하고
나 자신을 칭찬하기도 합니다.
나나와 많은 것을 느끼지만, 배설물을 확인하면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 웃기기도 합니다.
그 웃긴 일이 나의 하루와 기분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 것이 "소소한 집사의 행복인가" 하는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