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출신인데 힘들지 않았어요?
선수 출신인데 힘들지 않았어요?
"선수 그만두고 다시 공부하는 게 힘들지 않았어요?" 고려대학교 편입을 위한 면접 전형에서 받은 첫 번째 질문이었습니다. 그 질문에 "하나님의 도우심과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어렵지 않았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변을 했습니다. 제 대답을 들은 교수님께서는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셨는데 아직도 그 모습이 선명합니다. 평소에 학생선수들의 인권 및 학습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시던 분이셨기에
면접 내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나왔을 때 ‘무조건 합격’하겠다는 느낌을 갖고 천천히 캠퍼스를 둘러보았습니다. 편입 시험을 준비할 때 고려대학교에 다니는 친한 동생의 학생증을 빌려서 여름 방학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고, 3달에 한 번 정도는 학교에 방문해서 멋진 건물들을 보며 목표를 되새기기도 했었습니다. 고려대학교 도서관에서 편입 공부를 할 때 옆에서 전공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혹시 볼까 염려하며 '반드시 나도 이 곳에 와서 떳떳하게 공부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면접을 마치고 합격에 가깝다는 느낌을 갖고 캠퍼스를 걷는 기분은 묘하기만 했습니다.
고려대학교 편입 최종 합격
최종적으로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와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2개 학교에 합격을 했습니다. 고려대학교의 편입 시험은 1차 영어시험, 2차 전공, 실기, 면접전형으로 이루어졌는데 1차 영어시험은 전체 편입 응시생 중 상위 1.2%의 성적이었습니다. 같이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친구들보다 10점은 더 높은 점수였습니다.
편입을 시작할 때 편입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인 고려대 경영학과가 목표였고 합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모의고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최상위학과라 합격을 자신할 수 없어서 차선책이었던 체육교육과로 원서접수를 하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결과적으로 1차 시험 성적은 경영학과에 합격하고도 남을 높은 점수였기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훗날 하나님께서 저를 체육교육과로 이끄신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알베르 카뮈는 '경험은 창조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겪어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스무 살 운동을 그만두고 다시 시작한 공부에서 지각, 결석을 하지 말자던 작은 노력에서 장학금을 목표로 한 큰 노력까지. 몸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겪어냈던 크고 작은 성공경험과 도전의식은 편입이라는 인생을 건 도전을 감당할 수 있게 저를 단련시켰습니다.
운동을 그만두자마자 고려대학교 편입을 목표를 했다면 아마도 중간에 포기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학기, 한 학기 몸으로 겪어냈던 경험과 노력 그리고 '꿈꾸는 다락방'을 읽으며 영감을 주었던 '플래카드 만들기, 사진으로 생생하기 꿈꾸기, 앨범 만들기'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결과 실패로 시작되었던 20대에 큰 성공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일반학생들이 초, 중, 고 내내 노력해도 들어가기 힘든 대학을 완전 백지에서 시작했지만 10개월간의 준비만으로 들어갔다는 비록 편입학이었지만 제 자신과 부모님 그리고 저를 위해 기도해주고 응원해준 친구들에게 모두 자부심을 심어 주었습니다.
2010년 3월 설렘을 안고 처음 고려대학교에 등교하던 날, 축구에서의 실패를 딛고, 고려대학교 편입이라는 목표를 이룬 제 삶에 앞으로 밝은 빛만 비칠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