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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Nov 04. 2020

스무 살에 은퇴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22)

성공 후 우울감?

성공 후 우울감?                                                 

2010년 일류대학이라는 고려대학교에서 새로운 대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큰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자부심과 제각기 고풍스러움과 세련됨을 뽐내는 건물들로 아름답게 조성된 캠퍼스는 학교 가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알게 했습니다. 같은 해 열렸던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 리스트인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와 함께 강의를 듣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고려대학교 08학번으로 편입, 김연아 선수는 09학번, 2012년 같이 졸업을 했고 졸업사진도 같이 찍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과 성공이 주는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전 학교에서 승승장구한 경험으로 자신감을 갖고 고려대학교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지만 우수한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때가 많았고 편입생이라는 신분적인 한계로 인한 소외감은 자신감이 있던 자리에 열등감이 자리 잡게 했습니다. 열등감을 갖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주변 학생들과의 비교였습니다. 공부만 잘하는 모범생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멋있고, 예쁘고 노는 것도 잘 놀았습니다.

      

  비교를 하다 보니 끝이 없었습니다. 출신 고등학교, 집안의 사회경제적 배경, 어학실력 등 비교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에서 뒤처지는 기분에 그렇게 즐겁던 학교생활이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축구를 통해 우울함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교내 축구동아리 활동에서 만난 축구를 좋아하는 선, 후배들이 선수 출신이라는 특수성을 이해해주고 인정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군대에서 경험했던 남자들이 많은 조직에서의 축구의 가치를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된 것이죠.


마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

  그러나 근본적인 마음의 어려움은 해결하지 못한 채 1학기를 보내고 2학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여름방학 동안 마음을 다 잡고 2학기 시작부터 어학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아침에 교내 어학원에 진행하는 회화수업도 듣고 교수님들을 찾아가 상담을 하며 학과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쉬게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던 넓고 웅장한 캠퍼스에서 '나 혼자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한국 대학사회봉사협의회 해외봉사활동 단원 모집’ 학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을 읽던 중 해외 교육봉사활동을 모집한다는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2주 간 해외에서 봉사를 하게 되는데 전체 비용 중 25%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학교와 기관에서 부담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기회였습니다.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기에 해외여행 경험도 없었고 제대로 된 봉사활동을 해본 적도 없었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신청을 하고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운이 따랐던 것인지 아니면 간절함이 통했던 것인지 교내 면접을 거쳐 네팔에서 특수교육봉사를 하는 봉사단원으로 선발이 되었습니다. 2010년도에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대학생 해외봉사' 활동이 시작하는 시점이라 다양한 곳에서 대학생 해외봉사단원을 선발을 했고, 기업체의 후원이 있어 자부담이 없는 활동이 많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25%지만 자부담이 있는 해외봉사는 경쟁률이 조금은 약했고, 부족한 경험이었지만 선발이 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을 했고 작은 성취를 이루어낸 것은 그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처음으로 해외를 나간다는 설렘과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한다는 사명감까지. 우울함을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습니다. 비록 마음에 남아있던 우울함으로 인해 팀장 투표에서 소극적인 모습으로 지기도 했지만 팀원으로써 봉사대상뿐만 아니라 같이 봉사하게 된 어린 봉사단원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다짐하며 네팔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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