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챕터가 전환되다

흔들리며 성장하는 초보 아빠의 내면 기록

by 일마사

내 인생의 챕터가 육아로 넘어가면서 말 그대로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있던 시절은 그야말로 이 아이를 위해 이제까지의 인생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처음 느껴보는 고양된 감정이었다. 이전의 행복과는 궤도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


집으로 돌아오고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됐다.

밤중 수유, 트림, 기저귀 갈이 루틴을 반복하다 보면 깜깜한 우주에 홀로 부유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시간이 몇 번 반복되고, 잠을 이룰 길이 없어지고, 날이 밝아오는 순간이 오면 ‘이렇게 몇 날 며칠을 더 보내야 하는 걸까?’라는 질문과 함께 불안, 피로감이 엄습해 온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이런 순간도 익숙해지고, 수유텀이 길어지거나 아이가 조금이라도 성장한 것 같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면 그것으로 버텨간다. 그러다 문득 단순해진 지금의 삶과 그 이전의 내 삶을 비교하게 된다. 그 간극에서 오는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스멀스멀 번져간다.


커리어 전환을 위해 준비해 왔던 모든 것들 그리고 몸뚱이와 젊음,

이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 실제로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라는 예감은 그간의 삶을 돌아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념과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면, 아이를 안고 수유하고 트림시키며 집안을 뱅뱅 돌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온몸에 열이 오르고, 피부가 가렵기 시작한다.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했다는 자각과 함께 숨을 크게 내쉬어보지만, 회복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위로 돌아간다. 인지하지 못한 새, 단기 회복이 어려운 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아이는 먹고, 토하고, 자고, 싸는 과정을 반복한다.


모든 이가 이렇게 살아가고, 이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버텼을 것만 같은 그 시간을 나는 어떻게 지나고 있는 걸까, 지나고 보면 행복이라 말할 이 순간을 나는 지금 어떻게 행복이라 자각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번뇌와 불안의 순간들은 어쩌면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었던 것만 같다. 숱한 ‘불안을 이긴 사람들의 쪼개기 법칙‘이란 글을 떠올리며 스쳐 지나간 생각을 오랜만에 이렇게 붙잡아본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 ‘나도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다.’

기회만 엿보고 생각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면서도 내 일을 슬기롭게 조금씩 해나갈 수 있을까?. 글을 쓰고, 타인에게 작은 영감을 주며, 스스로 작은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내 성찰의 순간을 글로 옮기고, 누군가가 이를 흥미롭게 혹은 약간의 공감으로 읽어주고, 나 또한 뿌듯함을 느끼는 그런 활동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그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답해보고 싶어서 몇 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붙잡아 끄적여본다. 의미 있는 한 발자국이라 믿고 싶다.


그리고 나는 다시 아이를 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