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로 쓰기 싫을 때 공통의 관심 키워드로…

지금 생각의 흐름을 적는 게 나에게 맞는 방법

by 일마사

브런치 작가 등록에 성공했다.

이제 나는 브런치 작가다. 별 것 없어 보이면서도 블로그처럼 그냥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지속적으로 그냥 하는 것’을 도전하게 만드는 플랫폼이랄까. 그렇지만 막상 등록하고, 작가명과 소개까지 고민해서 글을 발행했더니, 내가 쓴 글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보기 싫었다.

뭐라도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썼는데, 투입한 시간만큼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벌써 걱정스럽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그랬다. 더 나은 방법과 효율을 고민하다가 정작 일을 그르쳤다. 그러면서도 돌이켜보면 결국 뭔가 남았던 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도 꾸준히 해온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지금도 싫어도, 완벽하지 않아도 그냥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도 쓴다.

조금이라도 잘 쓰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이동명 글쓰기 샘’의 영상을 보게 됐다. 거기서 건진 키워드가 딱 세 가지, ‘부, 건강, 관계’. 삶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이고, 그래서 가장 자극적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장 이걸 나와 연결해보자 싶었다. 나의 삶과 글감은 이 셋 중 어디에 걸쳐 있을까.


‘부’

나는 부족한 센스를 성실함으로 메우고자 한 우물 파는 느낌으로 같은 업을 이어가고자 노력했다. 돌이켜보면 이게 과연 ‘한 우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상황과 업종, 영역의 경험을 이어갔고, 그만큼 이직도 적지 않게 했다. 그래도 매 순간 눈앞의 일에 집중하고,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했고, 회사에서도 그때 그 수준만큼은 인정받았다.

연봉이 결코 적은 건 아니지만, 노후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부족함을 느끼진 않지만 미래가 안심되지 않는 그 어딘가에 있다. 여전히 직장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부유하다고 볼 수 없다는 건 스스로도 안다. 그래서 투자를 공부하고 있다. 거창하진 않지만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잉여 자금을 기반으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방향을 설계하는 것부터. 1000만 원쯤 어딘가에 아무렇지 않게 묻어둘 수 있게 되거나, 시장의 흐름을 뉴스보다 먼저 읽는 눈이 생길 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니 재테크를 공부하는 이유와 목적을 쓰거나, 파이프라인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도 좋겠다. 사실 지금 이 글도, 그 과정 중 하나이다.


‘건강’

한때 운동에 흠뻑 빠진 적이 있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늦은 밤까지 사무직으로 일하다 보면 근골격계 질환 하나쯤은 달고 사는 게 당연한 일이 된다. 나도 어느 날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심한 통증이 시작되면서 도수치료를 받게 됐다. 실손보험이 있어도 비싸고 시간이 많이 드는 치료를 계속할 수는 없었다. 결국 약을 달고 살다가, 이렇게 살 수 없겠다 싶어서 극혐하던 헬스장 문을 처음으로 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잘 안 풀리던 내 인생에 행운이 찾아온 순간이었다.

재활에 관심 많던 트레이너 덕분에 만신창이 같던 몸으로 삼대 운동을 안전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자연스레 운동에 재미가 붙었고, 같이 공부하듯 하다 보니 관련 자격증도 몇 개 땄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복근과도 인사했고, 운동 관련 사업을 꿈꿔볼 정도까지 됐다. 식단, 영양, 운동 생리학, 해부학 등 전부 재미있었다. ‘건강한 삶’, 정말 가치 있는 목표 아닌가.

그런데 회사 일이 바뀌고, 코로나가 거듭되고, 다니던 헬스장이 문을 닫고, 이직으로 출퇴근 거리가 멀어지면서 어느새 그 끈을 놓쳐버렸다. 지금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그때의 경험과 지식은 남아있다. 건강 회복 과정이나 직장인의 심신 관리 같은 이야기를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조직을 만든다’는 관점도 사실 그 시절에 출발한 생각이니까.


‘관계’

이 파트가 가장 어렵다.

처세를 잘하거나, 관계에서 중심을 잡거나, 공감되는 팁을 주는 방식으로 쓰는 건 자신 없다. 관계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이상적인 관계에 대해 말할 수 있어도 실천은 여전히 어렵다. 그게 가장 솔직한 고백이다.

학교부터 직장 생활까지 돌아보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관계를 이어왔다. 그 안에서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내려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명절이나 이벤트 때 내키지 않는 인사를 굳이 챙기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관습은 과감히 생략하며 살다보니 자연스레 연락이 줄어들고 관계는 정리됐다.

누군가는 나를 쉽게 손절하는 사람으로 보기도 하고, 까칠하다고 하기도 한다. 반대로 마냥 착해 보인다며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도 있다. 내 기준을 관계에 적용하다 보니, 주변에 인간적으로 가까운 관계가 별로 남지 않는다. 삶이 단순해지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외롭다.

생각의 흐름대로 써놓고 보니, 관계라는 주제도 나름대로 써볼 수 있을 것 같다.


부, 건강, 관계. 이 세 단어가 보편적으로 강력하게 느껴지는 건 세대와 트렌드가 바뀌어도 결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세 가지를 붙들고 살기 때문일 것이다. 20대에 관계, 30대에 돈, 40대 이후로 건강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생긴다고 하지 않는가. 요즘은 그 순서조차 빠르게 바뀌고 뒤섞이는 것 같지만…….

어쨌든 오늘은 주제없이 시작한 글에서 세 가지 글감을 건졌다. 쓰기 싫을 때 그냥 생각의 흐름을 적는 게 나의 답이란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