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스테이크 드디어 성공하다!

by 박수종

함박스테이크가 드디어 내 입맛에 딱 맞게 맛있게 됐다. 이만하면 남들에게 선보여도 될 것 같다는 흔치 않은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맛있었다. 원래도 좋아하는 음식이라 자주 만들어 왔는데도 바로 이 맛이야라고 느껴질 때는 없었다. 늘 어딘가 맛의 밸런스가 맞지 않고 부족했다. 그날따라 고기 질이 안 좋아선지 잡내가 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빵가루를 너무 많이 넣어선지 퍽퍽하고 맛이 없었다.


그런 다양한 실패를 겪고 드디어 아주 맛있는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어냈다. 여러 가지가 딱 맞아떨어져야 최상의 맛이 나는 거였다. 우선 양파를 다져서 카라멜라이징을 한다. 처음에는 그냥 다진 날 양파를 넣었었다. 카라멜라이징 한 양파를 넣었더니 은은하고 고급 진 맛이 났다. 계란을 넣고 빵가루 대신 진짜 식빵을 다져서 넣었다. 촉촉한 식빵을 넣었더니 훨씬 부드러웠다.


마지막으로 일본여행에서 사 온 야채육수 포를 뜯어서 그 가루 두 봉지를 넣었다. 야채육수 설명에 서양요리의 풍미를 높여준다고 쓰여 있었다. 봉지를 뜯어 그 가루를 양식 요리에 넣으라고 되어있었다. 사실 이 가루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는지 모르겠다. 마법의 다시다처럼 그런 역할을 했을까? 마지막으로 고기의 질이 진짜 중요하다. 한살림의 한우 다짐육과 보리 먹인 돼지고기 다짐육을 반반 넣어 섞었다. 한살림 고기를 썼을 때 제일 맛있었다.


이렇게 준비를 해서 다 담고 다진 마늘과 소금을 넣어 충분히 치대 준 후 동글 납작하게 만들어 보관그릇에 차곡차곡 담으면 한 며칠은 든든해진다. 가족 모두 사 먹는 거보다 맛있다고 좋아한다.


거기에 숙주나물을 함박스테이크 굽는 프라이팬에 같이 볶아서 담아주고 반숙한 계란 프라이도 얹어준다. 마지막으로 소스까지 만들어서 얹어주면 웬만한 맛집 함박스테이크 보다 맛있다. 양송이버섯을 얇게 저며 버터에 볶다가 돈가스 소스 6큰술, 케첩 3큰술, 굴소스 1큰술, 올리고당 1큰술과 물 100ml를 넣고 끓어주면 된다. 이 소스는 많이 만들어 놨다가 오므라이스에 얹어줘도 파는 맛을 내준다.


내가 이런 경양식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지금처럼 외식을 자주 못하던 어린 시절 영등포에 있던 어느 경양식집에서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를 먹고 나서부터였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은 것을 결정하는 거 같다. 그때 백화점이였는지 어딘가에서 먹었던 불고기, 돈가스, 함박스테이크가 평생 좋아하는 음식이 됐다.


특히 다진 고기로 만든 음식들을 좋아한다. 미트볼과 남들은 왜 좋아하는지 의아해하는 난자완스까지 다진 고기를 굽거나 튀긴 음식을 좋아한다. 동그랑땡도 좋아한다. 그래서 늘 돼지고기 다짐육을 냉동실에 보관해 둔다.


나 혼자만을 위해 난자 완스를 만들어 먹는다. 식구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나 자신을 위해 가끔 만든다. 중국집에서도 먹어 봤는데 내가 만든 게 더 맛있다. 어릴 때 엄마 친구 집에 갔는데 이런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주신 걸 먹어본 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지금까지 좋아하게 되었다.

난자완스와 그걸 그림으로 그렸다.


생강향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다진 고기를 뭉쳐 튀긴 요리, 그게 커서 먹어보니 난자완스와 비슷해서 난자완스라고 생각한 건지 사실 어떤 요리인지도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그래서 내가 난자 완스를 만들 때도 생강가루를 꼭 넣는다.


첫째 딸은 나와 비슷하게 함박스테이크, 동그랑땡 같은 다짐육 요리를 좋아하는데 둘째 아들은 생등심 구이나 안심스테이크를 좋아한다. 이번처럼 특별히 함박스테이크가 맛있게 되기 전에는 그냥 한 끼 먹느라 먹었지 맛있다는 소리는 안 했다. 담백한 음식 본연의 맛을 좋아한다.


어릴 때 많이 먹어본 음식을 좋아하는 거 같다. 난 고기구이도 양념이 된 걸 더 좋아한다. 내가 어릴 때는 생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는 외식은 거의 못해봤다. 불고기를 더 많이 먹었고 중국집에서 군만두와 짜장면을 먹는 정도였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군만두와 불고기가 꼭 들어간다.


다짐육이 들어간 요리 중 정말 좋아하는 게 만두다. 집에서 만든 슴슴한 만두. 지금은 그런 만두를 파는 집들이 미슐랭 스타를 받을 정도의 맛집들로 등극되어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어릴 때 할머니와 엄마, 작은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그 맛은 찾기 어렵다. 설날이 되기 며칠 전부터 밑준비를 하시고 전날 다 같이 모여 앉아 밤늦도록 만두를 만들었었다. 몇 백개는 만들었던 거 같다. 만두소를 커다란 다라이 가득 만들어서 명절이 지나고도 여러 번 만두를 먹었었다.


큰집이던 우리 집에서 만들던 만두와 녹두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엄마는 그 음식을 만드느라 너무 힘들어서 그러셨는지 대구가 고향이라 어릴 때 그런 음식을 안 드셔봐서 그랬는지 싫다고 하셨는데 난 그 음식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만두와 녹두전을 만드는데 오늘 만든 함박스테이크처럼 최상의 맛은 아직 나지 않는다. 좀 더 시행착오를 거쳐 어릴 때 먹었던 그 맛이 되는 날 만두와 녹두전으로 글을 한 번 더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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