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으로 들어온 글쓰기

by 박수종

내 생활에 책 읽기와 글쓰기가 들어왔다. 책 읽기는 평생 내 주변을 어슬렁거렸지만 본격적으로 내 옆자리를 차지한 지는 7~8년쯤 되었고 글쓰기가 내 삶의 중요한 축이 된 거는 브런치를 시작하고부터다. 그 두 가지 일이 내 뒤에 든든히 버티고 있어서 외롭거나 공허하지 않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 한다. 충분히 잘 자고, 잘 먹고 늘 최상의 컨디션으로 지내고 싶다. 예전에는 심심하거나 마음이 안 좋을 때는 술을 마시며 텔레비전을 봤다. 혼자서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 맛있는 안주에 맥주를 마시면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일주일에 두세 번 그런 시간을 보내자 살도 찌고 건강이 안 좋아졌다. 나머지 날들에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절제를 해도 일주일의 두세 번의 음주로 원상 복귀되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나면 당연히 다음날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더부룩하고 기분은 더 안 좋았다. 그냥 그 하루는 버리는 날이 되어버린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여유시간이 나거나 마음이 안 좋을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내 마음을 마주하고 앉아 차분하게 들여다보며 글을 쓰면 특별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도 꽁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타인이나 알코올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온전히 설 수 있게 도와준다. 그건 참 든든한 느낌이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이 좋다. 글쓰기가 전보다 더 단단히 정착된 거 같아 기쁘다. 앞으로 길게 펼쳐질 노년의 삶이 두렵지 않다.


그동안은 내가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의심, 아니 감히 글을 쓴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감정쓰레기들을 가끔 일기장에 토로하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하나의 실체를 갖게 되었다. 글을 잘 쓰던 못 쓰던, 타인에게 인정을 받건 말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내 삶의 중요한 일이 됐다. 내가 돌아와 앉을자리가 생겼고 마음의 안정감이 생겼다. 내 글을 세상에 알리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는 이글거리는 세속적 열망이 아니라 언제든 돌아와 찾을 수 있는 믿을 만한 친구가 생긴 편안한 느낌이다.


글을 쓸수록 나와 친해지고 나 자신과 화해하게 만들어 주었다. 얼마 전 쓴 함박스테이크에 대한 글을 보고 대학 때 친구가 “네가 대학 때 왜 그렇게 경양식을 좋아하나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라고 댓글을 달았다. 나도 사실 그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다. 그냥 그 음식들이 좋았고 매일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그런 어릴 때의 몇 가지 기억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잘 찾아보지도 않은 채 외부의 시선이나 눈치를 살피는 것이 먼저였다. 싫지만 왠지 표현하면 안 될 것 같아 나의 감정을 누르고 대충 남들의 기준에 맞춰 이야기하고 행동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그걸 나 자신이 우선 인정해줘야 한다. ‘아 그런 이유 때문에 싫을 수 있어. 싫어하는 게 나쁜 건 아니야.’ ‘내 취향이 있고 그거에 맞지 않아 내 기분이 나쁜 거면 그럴 만한 거야’.라고 내가 날 알아주면 현실에서 오히려 더 친절해질 수 있다.


‘내가 아무 이유 없이 화 내고 불평이나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 내가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나 자신을 존중해 주고 인정해 준다. 나 자신에게 인정받았기 때문에 싫은 상황이나 사람을 오히려 더 여유롭게 바라봐 줄 수 있게 된다는 것도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던 내 마음을 내가 알아봐 줄 수 있게 되었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일들이 많아지니까 남의 시선이나 평판에 덜 신경 쓰고 혼자서도 단단하게 잘 버티고 서있는 내가 느껴진다. 내가 더 사랑스럽고 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다. 가만히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의 입장을 인정해 주지만 나는 나대로의 삶이 있다는 강한 자신감으로 전처럼 발끈하거나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자신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이 이처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글을 쓰면서 나를 깊이 있게 만나게 된다. 평생 가장 잘 지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을 늘 피해 다니거나 미워하거나 방치했었다. 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기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내가 먼저 날 평가하고 미워했다. 내 마음의 소리를 찬찬히 잘 듣고 인정해 주고부터 나는 점점 사랑스러워지고 강해진다. 남에게 받는 사랑보다 자신의 인정이 더 큰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기 위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예쁘게 꾸미고 나서듯이 이제는 나를 만나기 위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잘 자기 위해 낮에 몇 천보라도 걸으려 노력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이제는 공허하고 두렵지만은 않다. 여유시간이 나면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챙겨 들고 카페로 나가 글을 쓴다. 아니면 일기장에 나의 생각들을 조금씩 메모해 둔다. 그런 작은 일들이 나를 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걸 너무 늦게 알게 된 것이 속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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