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중요하다면 유아기에 많이 놀게 해 주세요
- 유아 수학 교육의 접근방법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의치한약수 쏠림현상으로 수학에 대한 관심과 학습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소식을 들으면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유아기 때부터 수학으로 괴로워질까 하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1997년생 큰 아이 때는 영어로 한바탕 난리였는데...
그런 씁쓸한 생각에 오늘은 유아기 수학 교육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야기할 때 학생들이 많이 놀라는 모습이었다. 수 개념이라는 것이 단순히 수를 세고 수의 이름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여러 개념들이 형성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세기가 된다는 것, 수학을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단순히 수의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수 개념이 생긴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유아들에게 물건의 수를 세어보게 하면 5 이하의 작은 수는 직관적으로 셀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넘어갈 때 진짜 수 개념이 생긴 건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수 개념이 생기지 않은 아이들은 세었던 수를 다시 세거나 빠뜨리고 세곤 한다.
수 개념이 생겼다는 것은 물건과 수 이름을 일대일로 대응(짝짓기)할 수 있어야 하고 센 것과 아직 세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분류하는 과정이며 내가 이미 센 것들 속에 지금 세는 것을 포함시킬 수 있어야 형성되는 생각보다 복잡한 인지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의 이름을 말하는 것과 의미 없는 상황에서 단순한 연산을 하는 것보다 수 이전 활동인 분류하기, 일대일 대응, 순서짓기, 측정하기, 공간개념, 유목의 포함관계, 패턴활동, 부분과 전체에 대한 개념 등을 놀이와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것이 더 중요한 유아 수학교육 내용이다.
가정에서 식사시간에 식구 각각에게 수저와 젓가락을 놓아 보는 경험, 장난감을 종류대로 분류해서 정리하는 일, 가족의 빨래를 분류해서 개보는 일, 직접 마트에 가서 물건 몇 가지를 사고 돈 계산을 해보는 일등이 의미 있는 상황에서의 수 활동이 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놀이 중에 이런 활동을 할 기회는 정말 많다.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과 카드를 같은 수로 나누어 갖는 경험, 보드게임의 말을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수를 세고, 편을 나누면서 일대일 대응을 해보고 수가 똑같이 나누어지지 않았을 때 문제해결을 위해 고민하면서 더 고차원적인 인지발달이 일어난다.
요리하면서 오이를 1/3로 자르고 우유 100ml를 측정해서 부어보는 일등 생활과 놀이 속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수 활동이 있다. 부모와 교사가 놀이 속에 그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때 아이는 자연스럽게 수학에 대한 튼튼한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커다란 공룡을 만들기 위해 종이 상자 몇 개가 필요한지 가늠해 보고, 가위로 잘라보면서 측정하기와 공간 개념을 키울 수 있다. 음률활동 중에 몸을 앞뒤로 위아래로 움직여 보면서도 공간개념을 키울 수 있다.
과일로 도장을 만들어 찍기 활동을 하면서 패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주변의 그림이나 옷감의 무늬에서 패턴을 발견해 보고 다음에 나올 패턴을 예측해 그려보는 활동도 미술활동이면서 수학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래를 부르며 리듬패턴을 찾아볼 수 있고 책상을 두드리며 리듬패턴 만들기를 해볼 수 있는데 이 활동이 음악교육인지 수학교육인지 구별할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유아교육은 모든 과목이 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디서부터가 음악이고 미술인지 어디까지가 수학이고 과학인지 정해서 지도하지 않는다. 유아의 경험이 모두 연결되어 있듯 유아교육은 통합적으로 진행된다. 생활과 놀이와 교육이 각각 다른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그저 놀고 생활하면서 앞으로 필요한 것들을 다 배울 수 있다. 전혀 연결 지을 수 없을 것 같은 많은 활동과 놀이들이 그렇게 수학과 연관되어 있다. 유아기에는 아이가 몸과 마음으로 원하는 대로 놀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허용해 주는 것으로 많은 것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억지로 아이를 붙들어 앉혀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놀면서 대부분의 것들을 배우고 스스로 이루어나갈 수 있다. 아이 손에 핸드폰만 쥐어주지 않는다면, 학습지로 괴롭히지 않아도 아이들은 수학을 잘 할 수 있다.
아직 추상적 사고가 되지 않고 사물을 감각적으로 경험해야 할 아이들에게 언어로만 이루어진 학습지나 연산활동을 강요할 때 당장은 다른 아이들보다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중, 고등학교에 가서 좀 더 복잡한 산수가 아닌 수학을 하게 될 때 오히려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아니 그전에 수학이라면 치를 떨게 되는 수포자를 양성하게 될 것이다.
유아들의 놀이시간과 기본 생활 습관 같은 중요한 것들을 배울 시간을 빼앗아 너무 일찍 학습을 강요할 때 아이는 발달의 모든 면에서 모래성 위에 서있는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