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될 수도 있었다.
- 유아예술 교육의 접근방법
‘생활 속 예술가’라는 문장이 어느 순간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이건 내가 대학과 다양한 기관에서 유아미술, 음악, 문학, 동작 지도 같은 예술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생긴 생각이다.
문학 이외에 미술이나 음악, 특히 동작지도는 내가 강의하기 어려운 과목이었다. 나 자신도 그림을 잘 못 그리는데 미술, 음악 이론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했다. 학생들과 직접 모의수업도 해야 하고 실기를 해보기 위해 미리 가능한지 연습도 해봐야 하는 등 강의준비에 몇 배의 노력이 드는 힘든 과목들이었다.
그래선지 강사인 나에게 자주 배정 되어서 23년간 늘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식은땀이 흐를 만큼 가장 힘든 과목은 동작지도였다.
23년 넘게 다양한 과목들 특히 예술 관련 과목들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아 우리 모두는 예술가로 태어났구나. 중간에 학교에서 평가받지 않았다면 공부에 찌들지만 않았다면 잘 키워서 예술가가 될 수도 있었겠구나 아니면 생활 속에서 예술을 즐기며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유아 미술도 교사로서 미술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있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고 관찰력을 키우고 재료를 찾고 대응해 보면서 사물의 특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그런 능력을 활용해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환경과 자유를 주는 일이다.
예를 들어 ‘낙하산 만들기’라는 활동을 할 때 학교 다닐 때라면 선생님이 미술준비물로 정해서 알림장에 알려주시면 그걸 학교 앞 문방구에서 준비되어 있는 대로 사가지고 간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순서대로 따라 만들고 몇 명이 나와 낙하산이 떨어지는 실험을 해본 후 무거운 것은 빨리 가벼운 것은 느리게 떨어진다 라는 과학적 지식 하나를 배우고 끝났다.
유아미술 또는 유아과학 수업에서는 그렇게 접근하지 않는다. 먼저 강의 전에 어떤 비닐이 적합할지 여러 두께와 질감의 비닐을 준비한다. 그중 실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2~3가지 비닐을 준비한다. 비닐 위에 그림을 그리기 위한 유성매직이나 또 다른 도구도 고민해 볼 수 있다. 그런 후 비닐 4면 또는 3면에 붙일 실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실 끝에 매달 것을 어떻게 제시할지 고민한다.
학생들과 수업할 때 유치원 교실이라고 가정하고 각자 매달고 싶은 물건을 교실에서 찾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것도 내가 해보고 알았는데 조금 더 무거운 것으로 쇠로 만든 물건과 조금 가벼운 것으로 나무나 지우개를 매달았을 때 둘의 무게 차이는 있었지만 그다지 높지 않은 곳에서 떨어지는 속도는 거의 같이 빨랐다. 그 정도로는 무게에 따라 떨어지는 속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기 어려웠다.
현실은 이랬다. 단순한 과학적 사실 하나만을 보기 어려웠고 그 사이에 무수한 스펙트럼이 있었다. 물론 세밀하게 시간을 쟀다면 0.0001초의 차이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맨 눈으로 특히 유아가 구별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실패가 값진 경험이었다. 학생들과 고민하다가 가벼운 수수깡을 찾아온 학생의 것을 날려보니 내려오는 낙하산을 충분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고 쇳조각이 떨어지는 속도와 극적으로 차이가 나서 아이들이 스스로 실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되었다. 이렇게 유아들에게 미술 재료를 제공할 때도 깊이 있게 고민해서 아이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실험해 보고 배울 수 있는 과정을 연구해야 한다.
교사가 될 학생들을 지도할 때 이런 식으로 수업을 했다. 단순히 재료를 준비하고 만드는 법을 일방적으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사용할 재료도 왜 그렇게 준비했는지, 그걸 유아들에게 어떻게 의미 있게 제시할 것인지를 고민해보게 했다.
학생들은 그냥 즐겁게 유아들 수준의 미술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가 어려운 과제를 받아 들고 내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는 너무 어렵다고 불평하고 몇 명은 강의평가에 최하점을 주기도 했다.
그런 학생들은 실기 수업 전 활동의 이론적 배경과 유아 즉 교육대상자의 발달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목 터져라 설명할 때 제대로 듣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또는 본인이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에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거 같다. 하지만 수업을 계속 듣고 이해하다 보면 나중에는 어려웠지만 가장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학생들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이런 식으로 유아미술이기도 하지만 과학이기도 한 활동으로 유아가 아닌 대학생들도 많은 이야기와 고민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림이라면 동그라미 하나도 그릴 수 없다던 학생들, 과학은 먼 나라 이야기라던 학생들이 유아들만큼 집중하고 몰입한 모습으로 실험하고 뭔가를 만드는 모습은 나에게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아이들이 그런 미술활동을 하고 나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종이로도 낙하산을 만들며 어떤 모습으로 떨어질지 비닐 낙하산에 비닐을 뭉쳐 매달면 수수깡보다 더 느리게 떨어질지 서로 이야기 나누고 예측해 보고 실행해 본다. 이것이 바로 과학자의 기본 태도다. 이런 태도가 유아기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단순한 미술활동 하나에도 이야기할 거리가 산더미 같이 쌓이고 아이들은 하나하나 제시하기도 어려운 인지적, 사회적, 신체적, 언어적, 미적발달을 통합적으로 이룰 수 있다.
강의를 하면서 음악, 미술, 문학, 동작분야에서 꼭 뛰어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어도 잘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다 큰 대학생, 일반 성인들도 그토록 몰입해서 즐기는 순간이 나와 학생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다.
그런 과정 중에 나온 결과물에 대해 잘했니 못했니라는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이들은 그 과정 중에 많은 대화를 나눴고 실험했고 표현했다. 결과만을 보고 평가할 필요가 없다. 중간중간 유아들이 서로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저렇게 하면 더 잘 움직일 것 같아’, ‘난 이렇게 해봤더니 이랬어 너도 해봤니?’라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평가와 토론이 과정 중에 쉴 새 없이 이루어진다.
소개하고 싶은 활동과 이야기가 너무 많아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는 오랜 시간 강의하면서 가장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수준 높은 교육이 바로 유아교육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활동들로 시간을 채우기도 부족한데 특별활동으로 영어니, 미술이니 하면서 외부에서 교사를 따로 모셔오며 유아교육의 통합적 교육이라는 기본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한다.
이런 생각을 전공자만이 아니라 모든 부모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사실 부모들이 눈에 보이는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에 기관이 맞출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 많은 부모들이 유아교육의 기본 정신을 알길 바란다.